[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출범 초부터 모금 논란에 휩싸였던 청년희망재단이 최근 들어서는 실적 부진과 차은택 연루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공인신탁 형식으로 처음 제안한 청년희망재단은 같은 해 11월 공식 출범해 지금까지 기부 1026억원, 공인신탁 428억원 등 1454억원을 모금했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50억원,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이 70억원을 냈다. 초기에는 정부가 각 기업에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들끓었다.
하지만 청년희망재단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들이 출연금을 낸 미르·K스포츠재단이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으로 최근 알려지면서 청년희망재단의 모금 과정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건 모금의 불법성 여부였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소속기관·공무원, 국가·자치단체의 출자·출연으로 설립된 법인·단체는 기부금을 모집할 수 없다. 청년희망재단은 형식상으로는 민간재단이지만, 황교안 국무총리가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고용노동부는 산하기관 직원들을 파견해 설립을 도왔다. 따라서 청년희망재단에서 기부금을 모집한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해당 논란은 고용부 산하기관에서 재단에 파견됐던 직원들이 모두 철수하는 등 정부가 재단 운영에서 손을 떼면서 일정 부분 해소됐다. 다만 기업들이 기부금을 내는 과정에 정부의 압력이 작용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도 논란거리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부금을 낸 날짜와 액수가 재계 서열과 거의 일치한다”면서 “특히 SK그룹은 전 계열사가 같은 날 4000만원씩 기부했다. 그룹이라고 해도 각 계열사는 엄연히 다른 법인인데, 일률적으로 기부금을 냈다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목표치를 할당받았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실한 사업 실적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년희망재단이 지난 7일 한국노총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달 말까지 총 56억4600만원의 사업비를 집행했다. 이는 올해 책정된 전체 사업비 172억8400만원의 32.7%에 불과한 규모다. 또 7일 기준 고용서비스 수혜자는 4만6189명, 취업자는 1223명에 그치고 있다. 1명을 취업시키기 위해 약 462만원이 지출된 셈이다.
여기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에 따르면, ‘청년 글로벌 취·창업 지원’ 등 재단의 일부 사업은 ‘K-Move’ 등 정부 사업과 중복된다.
최근에는 최순실씨의 측근인 CF감독 차은택씨가 청년희망재단에 개입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의원이 최근 공개한 지난해 10월 청년희망재단 제1차 이사회 보고 안건에는 '문화창조융합센터와 협업해 재단 출범 전까지 시범사업으로 문화콘텐츠 관련 강좌를 개설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차씨가 추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중 일부였기 때문이다. 실제 재단은 같은 해 11월부터 1개월간 3차례의 문화콘텐츠 강좌를 진행했다.
다만 청년희망재단은 문화창조강좌(융복합스토리텔링)는 문화창조융합센터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재단 특강 담당직원이 특강 강사들을 직접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강소·벤처·스타트업, 청년매칭 2016년 잡페어' 청년희망재단 면접 컨설팅관에서 구직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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