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담화 대부분 거짓…"뻔뻔한 거짓말 대통령"
검찰 "대기업 미르·K재단 774억 출연 박 대통령이 지시"
"올 4월까지 장·차관 인선자료 등 기밀문서 최씨에 유출"
2016-11-20 16:07:02 2016-11-20 17:12:49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박 대통령,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자료를 근거로 최순실·안종범·정호성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상당 부분이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해 검찰이 20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및 담화가 대부분 거짓말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최씨 등의 범행에 대한 공범으로 결론짓고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두 차례 대국민 사과·담화를 통해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던 박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 수사로 거짓으로 밝혀진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사전 녹화를 통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면서 최순실씨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보면 박 대통령은 정호성 전 비서관과 공무상비밀누설죄 공범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사과문에서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일부 자료에 대해서만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공모해 박근혜정권 출범 즈음인 20131월부터 올해 4월까지 3년 이상 최씨에게 공무상비밀을 유출했다고 확인했다.
 
또 유출된 자료는 일부 자료가 아닌 전방위에 걸쳐 있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자료 등 분야를 막론하고 180건의 문건이 박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공모 하에 최씨에게 건네졌다. 특히 일반에 공개되면 안 되는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47건의 공무상 비밀이 비선실세이자 민간인 신분이 최씨에게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대기업을 통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모금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에도 박 대통령이 공범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국민 담화에서는 국가경제와 국민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강제모금과 관련해 최씨 등 특정인이 범행을 했고, 자신은 무관한 일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기업을 통한 강제모금을 박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류 확산·스포츠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 설립을 추진하면서 전경련 기업들에서 출연금을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이어 안 전 수석에게 10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단독 면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고, 박 대통령은 지난해 724~25일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 이후 안 전 수석에게 300억원 규모의 재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최씨에게는 재단 운영을 위한 실권을 줬다. 최씨는 그해 9~10월 재단 임직원을 직접 면접으로 선정했고, 이름을 미르재단으로 정했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고 지시하면서 최씨가 정한 임원진 대로 임직원을 뽑을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 등의 미르재단 출연 모금 요구에 기업들은 세무조사·인허가 등 불이익을 우려해 486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은 이같은 방법으로 기업들이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강제로 내도록 직권을 남용하고 강요한 혐의도 받았다.
 
또 검찰은 최씨 등이 현대차가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발주하게 한 혐의, 포스코가 펜싱팀을 창단하고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맡도록 합의하도록 한 혐의 등에서도 박 대통령이 공범으로 연루됐다고 결론지었다. 최씨-박 대통령-안 전 수석으로 이어지는 범죄의 구조가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앞쪽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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