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을 못 묶는 것은 미국에서 중증 자폐증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듯 하다. IQ 170의 천재로 열두 살 때 상대성 이론의 확장 버전 논문을 발표한 제이콥 바넷은 생후 18개월쯤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자폐증세를 극복하고 노벨상 후보로까지 오른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고 한다. "사람들은 제가 절대 배우지 못하고 생각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신발끈도 못 묶을 거라고 했어요."
자폐를 극복하고 농구선수로 활동한 제이슨 맥얼웨인이란 소년은 비록 후보였지만 정식경기에 뛸 정도였다. 농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농구를 할 정도의 대근육 운동 발달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여전히 신발 끈을 묶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던 것으로 회고를 하였다. “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나는 크로스컨트리 팀에 지원했고 엄마는 코치에게 가서 내가 신발 끈을 묶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모든 경주나 연습을 하기 전에 내 신발 끈을 묶어 주는 수호천사를 갖게 되었다.”
신발 끈을 묶는 일은 소근육 운동 몇 단계를 한꺼번에 통합적으로 진행시키는 과정이다. 유사한 어려움을 보이는 것들은 다양한 분야가 있다. 한국에서 자폐증 아동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은 젓가락질일 것이다. 그 외에도 단추 잠그고 풀기, 지퍼 올리고 내리기 등 손, 끈 동작이 세밀하게 요구되는 미세근육 운동에서 어려움이 커진다. 대근육 운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자폐 아동이라도 소근육의 미세운동에서는 정도 차이지만 미숙함을 보이게 된다. 이런 현상을 놓고 자폐아동들의 소근육 발달이 느리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완전한 답이 되지 못한다. 단순 소근육 발달 저하라면 반복 훈련으로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폐 아동은 반복 연습으로도 개선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아이를 다그치면서 반복 훈련시키는 것은 단순 학대일 뿐이다.
“신발끈을 묶는 것을 가르치려면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몰라요. 그러니 차라리 끈 없는 운동화를 사주는 게 좋아요” 자폐 아동을 둔 한 엄마가 현실과 타협하며 아이를 기르라고 조언하는 내용이다. 즉 대부분은 반복 훈련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증세가 만들어지는 근본 이유는 자폐 아동들에게 나타나는 감각분리현상 때문이다. 즉 시각-운동 통합능력(visuomotor integration)이 통합적으로 작용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시각은 시각대로 운동은 운동대로 따로 움직이는 상태라 이해하면 된다. 눈으로 보는 시각능력과 그에 맞추어 손놀림을 조절할 수 없는 일종의 감각장애다. 이를 극복시키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시각-운동 협응이 이루어지는 놀이를 다양하게 경험토록 해야 한다. 까꿍놀이, 술래잡기, 보물찾기부터 시작해서 레고놀이, 퍼즐맞추기와 피아노연주에 이르기까지 시각-운동 통합능력(visuomotor integration)이 작동하는 놀이를 찾고 시행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전)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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