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바람만 불어도 꺼진다던 촛불민심은 영하의 매서운 바람에도, ‘탄핵 가결’의 파도를 넘어 또 한 번 대한민국을 밝혔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5.9도로 오후 3시경 풍속이 3.4m/s에 달하는 혹한의 날씨를 보였다. 게다가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데다 주말집회가 연이어 계속되면서 피로 누적에 따른 인원 감소까지 예상됐다.
하지만, 10일 광화문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는 집회 측 추산 80만명이 함께하며, 촛불민심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경찰 추산은 12만명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 서울지하철 광화문 인근 12개 역사 승하차 이용객은 101만명에 달하며 또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날 집회는 9일 탄핵 가결을 ‘시민의 승리’라며 자축하기도 했지만, 이와 더불어 ‘축배는 이르다’, ‘이제부터 시작’ 등의 내용을 담은 구호와 팻말, 연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두 차례에 걸쳐 세월호 유가족을 선두로 청와대에서 불과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앞까지 포위 행진하며 “탄핵을 인용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즉각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 뿐만 아니라 대구·부산 등지에서도 24만명(경찰 추산 4만6000명)이 모여 전국에서 이날 모인 인파만 104만명(16만6000명)을 기록했다. 부산에서 10만명, 광주에서 7만명이 모였으며,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7000명이 거리로 나섰다. 울산, 인천, 충북, 전북, 강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재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7차 촛불집회 역시 전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여했음에도 7차 촛불집회 단 한 명의 경찰 연행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7차 집회까지 촛불집회 누적 참가자 수는 750만명에 육박한다. 이 기세로 촛불집회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1000만명까지 바라보고 있다. 첫 집회는 ‘비선실세’ 최순실(60)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첨삭'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10월29일 광화문광장에 2만명이 모였으며, 2차 집회(11월5일)는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이후 20만명으로 늘었다.
이어 박 대통령과 최 씨 모녀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3차(11월12일)에는 가족·친구 단위 참가자가 폭발적으로 늘며 100만명을 기록해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주최 측 70만명),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주최 측 20만명)을 넘어섰다. 4차 집회(11월19일)는 서울 60만명, 전국 95만명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검찰 수사로 박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드러나면서 5차 집회는 서울 150만명, 전국 190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5차 집회에 서울 150만명, 지방 40만명 등 총 190만명(주최측 추산)이 광장에 운집해 대한민국 집회 역사를 다시 썼지만,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와 정치권의 탄핵소추 발의 공방에 분노한 국민들이 6차 집회에 서울 170만명, 전국 232만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하며 일주일만에 깨졌다. 10일 7차 촛불집회까지 합하면 서울 586만명, 전국적으로는 무려 748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든 셈이다. 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 대통령 퇴진시까지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촛불이 더 커지고 있어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큰 촛불을 들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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