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경기 과천시와 서울 양천구가 올 한해 강남 3구보다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지역 모두 재건축 호재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사업성이나 속도에 있어서는과천과 양천의 원동력이 강남을 앞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과천시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 1월 2645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9일 기준 3025만원으로 14.4%나 오르며, 수도권 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 평균 상승률(7.9%)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 양천구는 12.1%(1821만원→2041만원)의 상승률을 기록해 각각 11.9%, 10.7%의 서초구와 강남구를 제치고 두 번째로 높은 상승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강남 3구 지역인 송파구는 7.6%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과천시와 양천구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 주축인 강남권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집값 상승을 이끈 재건축 사업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재건축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온 과천시는 사업 속도에서 강남권을 앞섰다. 과천시 재건축 사업의 주축인 주공 아파트는 총 12개 단지 가운데 3월 1단지를 시작으로 7월 6단지, 11월 2단지와 7-1단지까지 올해만 4개 단지가 관리처분인가에 성공했다.
또 안전진단을 통과한 4·5단지가 내년 5월 정비구역 지정이 예고돼 있고, 10단지는 지난달 정비구역으로 이미 지정됐다. 이밖에 8·9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고, 12단지는 건축 심의 중이다.
11단지와 3단지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입주를 완료하는 등 대부분의 주요 사업들이 순항 중이다. 최근 잇따른 심의 보류 결정으로 압구정과 잠실 등지의 재건축 진행이 지지부진한 서울시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과천시 재건축 사업은 잇따라 관리처분인가 승인에 성공하며 지지부진한 강남 재건축에 비해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재건축 분양 열풍에 제동을 건 지난 11.3 대책 이후 분위기도 크게 엇갈렸다. 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2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1.16% 떨어졌지만 과천시 재건축 아파트는 보합세를 유지하며 하락은 피하고 있다.
양천구는 최근 하락세로 전환 되기는 했지만 강남권에 비해서는 여전히 시장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오는 2018년 14개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가 모두 재건축 연한이 충족되는 만큼 중장기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여전히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양천구 목동 구시가지 Y공인 관계자는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수요도 많아 정부 대책 이후 거래나 문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강남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높아 단기 시세차익 수요보다는 재건축 이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주거지역 가운데 재건축 상한 용적률이 높은 3종 일반의 비중이 강남 3구(48%)에 비해 낮은 41%인 점도 비교적 유리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사업 대상지의 현재 용적률이 이미 높은 상태면 재건축에서 일반분양 가구 수를 늘리기 어려워 수익성이 낮은 단점이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강남의 경우 이미 재건축 사업이 많이 진행돼 일부 굵직한 단지들이 남아 있지만 양천구의 경우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재건축 사업 대상이 되는 단지들이 많다는 점도 눈길이 가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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