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대표 식품인 굴의 계절이다. 굴은 바닷가 바위에 핀 꽃과 같아서 석화(石花)라고도 한다.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은 보통 10월부터 한겨울인 1월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기이다. 날 것을 잘 안 먹는 서양에서도 즐겨 먹는 몇 안 되는 신선 수산물이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굴을 즐겨먹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굴은 바다에서 나는 어물 중 가장 귀한 것이며 먹으면 향기롭고 피부를 아름답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한다"고 기록돼 있고, 1795년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따르면 궁중에서도 굴을 넣은 김치를 담가 먹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차가운 겨울을 나기 위해 글리코겐을 비축한 굴을 초고추장과 함께 무쳐 내놓은 생굴 무침은 잊을 수 없는 별미이고, 굴국밥, 굴전, 어리굴젓 등 다채로운 굴 요리는 우리의 겨울 밥상을 풍성하게 한다. 유럽에서는 굴에 레몬을 뿌려 와인과 함께 즐기고, 중국에서는 볶거나 끊여 먹는다. 이처럼 굴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수산물이다.
우리나라 굴양식은 1897년 북한 원산만 부근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하며, 1962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시도한 굴 수하식(垂下式) 양식이 성공한 이래 굴 생산량이 2015년 27만 톤까지 크게 증가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굴은 우리나라 주요 수산물 수출 품목이 되어 2015년에는 수출액이 약 1억 달러 규모로 증가하는 등 굴 관련 산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수산실용화기술개발 사업으로 소비자 입맛에 맞는 굴 스낵의 상품화에도 성공했다. 굴 스낵은 독특한 풍미로 일본, 미국 등 세계 각국을 상대로 최근 약 100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며 새로운 효자 수출상품이 됐다. 게다가 생굴을 삶은 뒤 냉동 보관해 스낵으로 가공함으로써, 연중 지속적인 수요확보가 가능하여 어업인 소득 증대와 안정적인 지역 사회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굴 대량 생산에 따라 굴 껍질이 다량 발생하면서 인근 환경을 오염시키던 문제도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했다. 과거에 쓰레기로 취급하던 굴 껍질에서 미백효과 및 피부 트러블 개선 기능이 있는 한방화장품 성분을 추출하고, 관절염에 효과적인 칼슘제 성분도 발견했다. 과거 노지에 방치되어 악취를 풍기며 주변경관을 훼손하던 쓰레기가 귀한 기능성 제품 원료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굴 뿐만 아니라 의료 및 미용소재로서 수산물의 가치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김,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를 이용하여 황사, 자외선 등을 막을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이 개발돼 국내와 태국에서 널리 팔리고 있다. 또한 제주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해조류인 감태는 플로로탄닌(phlorotannin)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골 이식용 의료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상품 개발이 한창이다.
수산업은 더 이상 전통산업이 아니다. 사양산업은 더더욱 아니다. 식품으로 한정됐던 수산물은 이제 다양한 이용기술이 개발되고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그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해 졌다. 윌리엄 할랄(William Halal),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은 이미 수산양식업의 부가가치와 미래성장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수산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단순 먹거리산업에서 '돈 되는' 미래산업으로 수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신선하고 건강한 수산물을 바탕으로 수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산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달성하려 한다. 이제 막 방류되는 어린 물고기와 같은 우리 수산업이 미래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블루오션(Blue Ocean) 시장에서 대어(大魚)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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