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화장품 원료 제조업체에서 교대제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박모씨(31·남)는 몇 개월 전부터 하루 4시간씩 연장노동을 자처하고 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일주일에 하루뿐인 휴일에도 출근한다. 박씨의 근무시간은 하루 12시간. 격주로 한 주는 주간, 한 주는 야간근무에 투입된다.
처음엔 박씨도 여가를 즐기려 노력했다. 틈틈이 지인들을 만나면서 주말에는 동호회 활동도 했다. 하지만 이내 몸이 못 견뎠다. 출퇴근 및 준비시간,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은 9시간 남짓 됐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일정을 만들려다 보니 잠을 줄여야 했다. 결국 박씨는 일에 매진하기로 했다. 그는 “억지로 일을 만들지 않으니 퇴근하고 할 수 있는 건 자는 것밖에 없었다”며 “한두 시간 더 잘 바에야 돈이라도 더 버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발적 초과노동은 최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2~3교대제로 일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임금을 목적으로 한 초과노동을 자처하고 있다. 구태여 초과노동을 않더라도 기본적인 노동시간이 길어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어렵고, 일반 직장인들과 생활패턴이 달라 홀로 여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 낮은 기본급, 과도한 업무량까지 엮이면서 총 노동시간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11월 기준 제조업 상용직의 일평균 초과노동시간(고용노동통계)은 2012년부터 5년째 정체돼 있다.
최근까지 기계장비 부품업체에서 3교대로 일했던 김모씨(29·여)도 “야간조에 못 들어가면 잔업을 다 마무리하고 퇴근했다”며 “주간조라고 해서 다른 직장인들과 같은 시각에 퇴근하는 것도 아니고, 주간조인 데다 잔업까지 없으면 월급이 턱없이 적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노동계는 표면적으로만 자발적일 뿐 실질적으로는 저임금에 의한 비자발적 초과노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루 8시간만 일해도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소득이 보장되면 초과노동을 하면서까지 돈을 더 벌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맞교대제 또한 사라져야 할 제도다. 지금의 상황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초과노동을 할 수밖에 없게끔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월 기준 제조업 상용직의 일평균 초과노동시간(고용노동통계)은 2012년부터 5년째 정체돼 있다. 그림/뉴스토마토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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