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오뚜기(007310)가 올해 라면시장에서 수익성에 치중하기보다 점유율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말 라면업계 1위
농심(004370)이 가격을 인상하며 오뚜기도 인상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오뚜기는 연내 가격인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대신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만큼 진짬뽕을 무기로 라면시장에서 점유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올해 라면값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8년 라면값을 올린 뒤 10년간 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국민간식'으로 일컬어지는 라면을 국민들에게 부담 없이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지난해 말 라면값을 평균 5.5% 인상한다고 밝힌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농심은 비교적 최근 제품인 짜왕과 맛짬뽕 등을 제외한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등 스테디셀러에 대한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2011년 인상 이후 5년여만이었다. 이에 따라 오뚜기와 삼양라면 까지 가격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까지 농심 이후로 가격인상을 결정한 곳은 없다.
라면은 대형마트에서 주로 5개 세트로 번들판매한다. 가격을 올리게 되면 다섯개 묶음 가격이 한번에 표시돼, 200~300원 가량 높아진다. 때문에 가격인상을 단행한 업체보다 그렇지 않은 라면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묶음 판매로 인해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업체 가격과 차이가 많이 나게 돼 가격차이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된다"고 말했다.
농심의 가격인상 소식은 지난 2015년부터 꾸준하게 점유율을 늘려오던 오뚜기에게 호재가 됐다. AC닐슨에 따르면 오뚜기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각각 18.3%, 20.5%, 23.2%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라면 업계 '부동의 1위'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부터 2016년까지 각각 58.9%, 57.6%, 53.9%로 낮아지고 있다.
2015년 10월 출시된 진짬뽕 덕분이었다. 진짬뽕은 작년 한해만 1억5000만개가 팔릴 정도로 라면업계의 '빅히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진짬뽕은 10%대에 머물던 오뚜기의 시장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렸고, 3위인 삼양라면과의 격차도 벌렸다. 진짬뽕은 동시에 지난해 오뚜기 매출 2조원대를 달성케 했고, 동시에 2014년부터 정체기에 빠졌던 라면시장의 부흥을 이끈 프리미엄 라면의 주축이기도 하다.
오뚜기는 내부적으로 라면시장 점유율 30%를 목표로 삼고 있다. 즉석조리 식품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에서 수익성을 챙기면서 라면시장에서는 점유율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신제품 출시 등으로 점유율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오뚜기의 지난해 라면 시장점유율이 역대 최고치인 25% 까지 기록했으며 이번 가격동결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질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뚜기가 면류 업체 중 유일하게 시장점유율 확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가격 동결에 따른 경쟁사 제품 가격인상의 반사이익으로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진짬뽕의 상승세가 반짝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입맛은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서, 하얀국물 라면이나 짜왕 같은 사례 처럼 열풍이 한순간에 식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농심이 지난해 라면값 5.5%를 인상한데 이어 오뚜기가 최근 올해에는 라면값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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