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포스코가 권오준 2기 체제를 맞이한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실적 개선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지만, 회장 취임 당시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청와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또 한 번 노출시키면서 차기 정권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잔혹사'를 끊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포스코(005490)는 오는 10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 1월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 회장을 최고경영자(CEO) 단독 후보로 결의했다. 최종 승인은 주총에서 이뤄진다. 이변이 없는 한 권 회장의 연임은 확실시되는 기류다. 지난달 2일 정기 인사를 통해 그룹 2인자로 꼽히던 황은연 사장을 포스코인재창조원장으로 이동시켰다.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김진일 사장도 퇴임하는 등 쇄신 칼날을 휘둘렀다. 대신, 측근인 오인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철강부문장에 앉히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안팎의 우려도 적지 않다. 2014년 회장 인선 당시 최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최대 걸림돌이다. 특검이 삼성에 화력을 집중한 탓에 관련 내용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검찰 조사가 남아있다. 검찰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질 경우 권 회장과 포스코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물론 전임 회장들에 대한 재평가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포스코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때문에 이사회는 CEO 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당초 4차례에서 7차례로 늘리고, 회장 선임 과정과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 관련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다만, 자체 검증의 한계를 넘어섰는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선임 전 두 달 동안 7차례 승계카운슬을 운영하고 CEO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심사를 투명하게 진행했다"며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경영자를 뽑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반면 최순실 사태가 오히려 권 회장의 연임 임기를 보장해주는 울타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 포스코 회장 인선 때마다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적폐의 반복을 확인한 여론이 이를 빌미로 회장 인선에 재차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경유착 단절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대선주자들의 약속도 무형의 방패다. 캠프 이름조차 익명을 요구한 한 유력 대선주자 측 관계자는 6일 "포스코와 KT는 주인 없는 기업이란 인식이 강하다"며 "때문에 논공행상 때마다 거론됐지만 차기 정권에서는 엄두도 못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오명의 역사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한다.
권 회장이 연임과 함께 3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되면 연임 이후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되는 첫 번째 회장으로 기록되게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지난 1992년 회장직에서 물러난 박태준 초대 회장 때부터 역대 회장들은 연임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불행을 반복했다. 4대 김만제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업무상 횡령 논란 등이 불거진 끝에 중도 퇴진했고, 5대 유상부 회장은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을 받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사퇴했다. 6대 이구택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세청장에게 로비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자진 사퇴했다. 7대 정준양 회장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세청 수사 등이 본격화되면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으로 '상왕'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과 그의 양아들 격인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이 옹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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