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악화와 함께 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인해 한류 콘텐츠는 저작권 침해에 직면하고 있다. 게임,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한류 콘텐츠를 무단으로 유통하던 중국 콘텐츠업체들은 금한령을 빌미로 표절 및 불법유통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적인 예로 인기 드라마 '도깨비'는 중국에 판권이 수출되지도 않았지만 중국 웨이보에서 드라마 전편을 볼 수 있다. 해적판과 불법 유통이 판치는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 사업을 위한 대책은 없을까?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해적판과 불법 유통의 개념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VTR이 도입되면서 영화는 불법 복제돼 유통됐다. 하지만 1990년대에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불법 유통은 그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디지털 파일 형태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완전히 똑같은 사본 형태로 전세계로 순식간에 배포될 수 있었다. 1999년 P2P 음악공유 사이트인 냅스터(Napster)가 출현하면서 10년 간 음반 산업 매출은 57% 감소됐고, 비트토렌트(BitTorrent)가 인기를 얻은 2004년 이후 5년 동안 DVD 매출은 43%나 줄어들었다. 해적판과 불법 유통은 콘텐츠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음반사들은 법적 조치를 통해 냅스터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인터넷 및 기술 전문가들은 냅스터 서비스가 정말로 음반사들의 이익을 침해했는지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음반업계에서는 불법 다운로드가 많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나 전문가들은 만일 정식 유통만 존재했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음악을 다운로드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불법 유통을 통해 해당 음악의 노출이 증가하며 불법 복제로 통해 새로운 팬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경우,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영화와 음악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콘텐츠 공유로 인한 수익 손실을 상쇄할 만큼의 마케팅 이익을 얻는 것을 통해 판매 증대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불법 유통을 그대로 두면, 가격에 민감해 소비하지 않을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 초기 고객 기반을 구축하고, 전반적인 확산 및 제품 인지도 제고에 효과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 운영체제를 중국에 유통할 때에도 저작권 침해를 강하게 단속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법복제가 전반적인 소비를 증가시키고 전체 수요의 크기가 충분히 크다면, 또 콘서트나 캐릭터 상품 등 추가적인 사업기회가 있다면 어쩌면 불법 복제는 실제로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불법 복제의 위기를 통해 사업기회를 잡을 방법은 무엇일까?
애플의 아이튠즈는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분야의 성공사례로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제공한다. 애플은 음원을 소유하고 있는 주요 음반사와 계약을 하여 합법적으로 좋은 품질의 음악 서비스를 사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한다. 애플 사용자들은 수백만에서 수천 만곡에 달하는 방대한 음원을 다운로드 받고 또 스트리밍을 통해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만일 사용자가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다면 음악을 찾는데 시간을 써야하고 음악 품질도 확실치 않으며 처벌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애플 아이튠즈와 불법 다운로드 중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전자상거래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는데, 소비자들이 같은 물품을 항상 최저 가격으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이라도 좀더 믿을 수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구매한다.
스티브 잡스는 "해적판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해적판과 경쟁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게임,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한류 콘텐츠를 애플 아이튠즈처럼 사용자가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유통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불법 콘텐츠 유통은 저작권 보호의 법적 장치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왔다. 정치적인 영향으로 중국 정부와 일괄적인 협상을 통해 한류 콘텐츠 불법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소비자들이 불법 유통과 비교하여 보다 편리하고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을 선택하도록 인프라를 조성할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은 중국에서의 불법 유통 상황에 대해 불평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에 대해 품질 좋은 콘텐츠를 편리하게 유통할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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