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커피재벌'
동서(026960)그룹 오너가 2세에서 3세로 대량의 지분이 넘어가면서 3세 경영의 주도권을 누가 쥐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상헌 동서 전 회장(현 고문)은 장남 김종희 전무에게 동서식품의 지주회사격인 ㈜동서 지분 30만주를 증여했다. 김 전 회장은 장남 외에도 조카이자 자신의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의 두 아들인 동욱, 현준 형제에게도 10만주씩 증여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이번 증여로 기존 ㈜동서 지분 19.96%에서 19.16%로 감소하며 최대주주 자리에서 처음으로 물러나게 됐다. 그리고 그 자리는 19.48%의 지분을 보유 중이던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차지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돌연 회장직에서 물러나 고문 직함을 유지해왔다. 그러면서도 최대주주 자리를 줄곧 지키며 그룹 내 장악력을 유지해왔다. 그가 상징적 '절대권력'을 포기하며 3세들에게 지분을 넘긴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전 회장은 그동안 장남 김종희 전무에게 지속적으로 지분을 증여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공교롭게도 김 전 회장의 동생 김석수 회장도 자신의 두 아들 동욱, 현준 형제에게 경쟁적으로 지분을 꾸준히 증여하며, 일각에선 3세 사촌간 후계구도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김 전 회장이 장남에게만 몰아주던 지분을 조카들에게까지 분산 증여하고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선 동서그룹 내부적으로 3세 후계구도 밑그림과 관련해 형제간 교통정리가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지분 증여가 3세들도 2세들에 이어 경영권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고 ㈜동서와 동서식품을 나눠맡는 '형제경영' 수순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종희 전무가 부친에 이어 지주회사인 ㈜동서를 이끌고, 곧 30대 나이로 접어드는 김석수 회장의 아들 동욱, 현준씨가 경영수업을 시작한 뒤 꾸준히 그룹 내 장악력을 키워 '동서식품'을 이끄는 형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동서는 동서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동서식품 주식을 미국 크래프트푸드홀딩스와 50%씩 보유하고 있다. 또 동서유지와 동서물산, 성제개발, 대성기계 등 다른 계열사들의 최대주주로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나 다름없다. 동서 지분율을 높여야 그룹의 지배구조를 장악할 수 있고 ㈜동서의 지분 흐름이 향후 3세 후계구도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동서가 3세들의 지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선 김 전 회장의 장남 김종희 전무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된다. 김 전무는 부친의 전폭적 지원속에 ㈜동서 지분 10.84%를 보유하며 작은아버지와 부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반면 사촌동생들은 2% 안팎의 지분으로 영향력이 미미한데다 아직 20대의 나이로 회사에 첫 발도 내딛지 못했다는 점도 김 전무가 후계구도 정점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1976년생으로 현재 동서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 전무는 2011년 상무 선임 이후 지분매입에 의욕적으로 나서며 부친과 작은아버지에 이어 일찌감치 3대주주에 오르면서 유력한 후계자로 주목받아 왔다. 그런 그가 2013년 2월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돌연 퇴사했고, 이로 인해 ㈜동서의 후계구도에 관한 이야기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2014년 부친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고문으로 물러나자 1년 6개월 만에 다시 ㈜동서에 복귀해 김 전 회장의 빈자리를 꿰차는 모양새를 비췄다. 김 전무는 복귀와 동시에 부친의 지분 증여와 장내매수 등을 수차례 반복하며 지분을 급속도로 늘려 그룹 내 장악력을 키워왔다. 현재 김 전무는 보유 주식가치만 3308억원(26일 종가기준)에 달하며 식품업계 3세 중에서도 최대 주식부호로 꼽히는 인물이다.
한편 동서 오너가의 나이 어린 미성년 4세 들도 주식부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전무의 두 딸인 김유민, 김현진 양은 장내매수와 증여 등으로 현재 ㈜동서 지분을 7만주씩 보유하고 있다. 두 딸은 각각 2008년생, 2010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11살과 9살에 불과하지만 주식가치 합은 40억원을 훌쩍 넘기며 '금수저'로 주목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오너가 최대주주에서 물러나며 3세들에게 지분을 증여한 것은 향후 후계구도를 내다본 포석으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며 "은둔의 경영을 펼치던 동서그룹 오너가가 물밑에서 승계작업이 숨가쁘게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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