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이뤄져도 우리 수출입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4일 '한·미FTA 재협상과 우리의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무역적자를 나타내는 교역국을 대상으로 FTA 재협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한미간에는 관세인하가 상당히 진전돼 FTA 재협상을 하더라도 우리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한·미FTA 발효 이후 양국 간 관세는 대부분 철폐됐고, 2016년 양국 교역의 93.4%를 차지하는 제조업 가중평균 관세율은 양국 모두 0.1% 수준에 불과해 재조정 여지가 적다는 것이 산업연의 설명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 재협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지난 4월에는 "한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가 크고 끔찍한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폐기)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FTA 발효를 전후로 5년 평균을 비교하면 발효 전 120억 달러에서 발효 후 237억 달러로 적자폭이 약 2배 증가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이 무역적자 문제를 부각시켜 FTA 재협상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산업연은 "한·미 교역관계는 보완성이 크며, 특히 한국의 대미 주요 수출품은 대부분 미국의 수출경쟁력이 부진한 품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확대는 자동차, 혈청, 반도체 수입 증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는 FTA에 따른 인하폭이 크지 않아 무역수지와 관세인하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무역적자를 보이는 품목은 미국의 무역 경쟁력이 취약한 업종들이며, 반면 항공, 석유화학 등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춘 업종은 한국이 수입에 특화되어있어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FTA가 종료될 경우에는 오히려 미국의 수출이 감소하며, 미국 기업의 관세 부담이 한국 기업보다 더 늘어난다는 분석도 나왔다.
2015년 산업별 수출입 구조를 가정할 때 FTA가 종료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13억2000만달러, 수입 감소는 15억8000만달러로 수입이 더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진면 산업연 연구위원은 "두 나라는 FTA 종료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적용받는다"며 "미국의 대 한국 관세율은 1.6%, 한국의 대 미국 관세율은 최소 4%로 미국 기업이 부담할 관세가 더 높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 간 교역 감소가 소비자 후생과 총생산 감소로 이어져 양국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미 FTA 재협상이 과거로 회귀할 경우 양국 모두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재협상 기조를 이행의무 준수, 추가개방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상품분야의 추가개방과 기술무역장벽 등 비관세장벽 분야에서의 다양한 협력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수지 불균형이 큰 업종의 경우 대미 직접투자와 무역수지를 연계하는 방어논리를 구축하고 무역장벽 완화를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산업별 대한국 수출입 및 수지 변동. 자료/산업연구원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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