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오는 12일자로 단행되는 고등검사장과 검사장 등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반발해 일부가 사의를 표명했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윤갑근 대구고검장과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발표된 인사에 따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사 지휘 보직이 아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의 이동이 사실상 좌천성 인사로 여겨지면서 사의 표명이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모두 검찰 조직 내 '우병우 사단'으로 꼽혀 왔던 인물이다.
이중 윤갑근 고검장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의혹에 관한 검찰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했지만, 성과 없이 수사를 마무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우 전 수석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조사를 받는 중간 팔짱을 끼고 웃고 있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황제 수사'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점식 부장은 지난 200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부부장검사 재직 시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고, 2012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때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 이후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인 측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다.
김진모 지검장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2014년 11월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부탁으로 변찬우 광주지검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배제 방침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민정2비서관으로 일하는 동안 민간인 불법사찰을 은폐한 의혹도 제기됐다.
전현준 지검장은 2009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당시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지만, 이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2014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근무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 책임자 수사를 지휘했으나, 2015년 11월 전원 불기소 처분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를 일선 검사장, 대검찰청 부서장 등 수사 지휘 보직에서 연구 보직 또는 비지휘 보직으로 전보하는 인사와 그에 따른 일부 보완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유상범 창원지검장은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양부남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대검 형사부장으로, 김진숙·박윤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된다. 서울중앙지검에 검사장급 간부 2명이 동시에 근무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노승권 1차장검사는 대구지검장으로 이동한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를 맡은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이 지난해 8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들과 티타임을 마련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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