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본사 회장 성추문 뒤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 대다수 점주들은 하루 12시간 넘게 거의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을 가지고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업소마다 4명, 5명 인원이 일 하는데 이러다가 그들도 다 실업자가 될 판이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폐업을 고민하는 한 가맹점주의 하소연이다.
회사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결국 사과했다. 사과의 형식도 떳떳하지 못했다. 경찰이 수사의지를 드러내며 압박에 나섰고,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사건 발생 6일이 지나서야 떠밀리듯 본사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을 뿐이다. 사과의 대상은 고객과 피해를 입은 영세 가맹점주들이 되어야 겠지만 이들이 납득할만한 반성과 보상책은 사과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만 밝힌 상태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겠다는 조치를 밝혔다. 그러나 오너의 입김이 막강한 프랜차이즈 사업구조상 오너를 대신해 전문경영인을 세운다 한들 최호식 회장의 역할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 의문이다.
최 회장은 뒤늦은 사과로 사태가 일단락 되길 바랬겠지만 그의 일탈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애꿎은 가맹점주들에게 퍼지고 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대부분 점포들은 매출이 반토막 나며 신음하고 있고, 폐업까지 고민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불매운동에 동참을 하지 않더라도 땅에 떨어진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이른바 '오너 갑질 리스크'의 전형적인 상황이 또 벌어진 셈이다. 오너의 일탈로 가맹점주가 피해를 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의 건물 경비원 폭행 사건 당시 미스터피자의 경우 사건 보도 이후 가맹점 60여 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오너 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이번 사건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예감에서다. 소위 '갑-을' 관계가 뚜렷한 가맹본사와 점주간의 불평등 관계도 문제로 대두된다. 일각에선 프랜차이즈 업계 오너들은 잠시 창피한 것에 그치지만 가맹점주들은 밥줄이 끊기는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제2의 호식이'를 막기 위해선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결론밖에 나오질 않는다. 흔히 본사에서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를 추락시킨 광고모델이나 점주들에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정작 본사 오너의 일탈로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는 전무하다. 지난 3월 통과된 가맹사업법 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법안이 있지만 오너 개인의 일탈로 인한 보상과 제재는 해당되질 않는다.
결국 가맹점주들이 자신들이 입은 금전적 손실을 본사 오너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되려 추후 위생점검 등을 이유로 본사에게서 불이익을 받을 두려움에 소송은 꿈도 못 꾸는 점주들이 대부분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최 회장이 물러난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추후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어떻게 피해보상할 것이며 이미 추락한 이미지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맹사업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업계는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점주들 생업의 매출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사의 역할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점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것이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마저도 포기한 자격미달의 경영자는 시장에서 걸러내야 한다. 가맹점주들의 제2의 피해를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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