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콘서트③)삶은 ‘위대한 일’…관객 적신 타블로의 눈물
2017-11-06 06:00:00 2017-11-06 09:19:44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한 해가, 한 해가 지날수록 사실 두려움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 같아요.”
 
음악활동과 관련한 타블로의 진심이 공연장 전체에 울렸다. “사실 가요계에선 저희가 나이가 굉장히 많은 거고, 오래된 그룹이에요. 현실적으로 시간이란 것을 계산했을 때 언제까지 이렇게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하고, 여러분과 아름다운 순간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에픽하이 타블로. 사진/YG엔터테인먼트
 
시간이란 유한성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는 가수로서의 ‘유통기한’이 두렵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순간 하나, 하나가 사실 절대 일로 안느껴져요. 절대 해야할 일이 아니고, 벌어야 할 돈이 아니에요. 진심으로, 진심으로 너무 큰 선물입니다.”
 
그러더니 타블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진심으로 너무 감사합니다”란 소리가 그의 울음에 먹혔다. 관객들은 “울지마”라고 외치며 그를 위로했다. 눈물을 닦으며 목소리를 가다 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이 함께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음악은 저희가 여러분에게 들으라고 만든 노래가 아니고 여러분이 이 가사를 자신에게 얘기하고 이 노래를 자신에게 불러주면서 함께 힘내자는 뜻에서 만든 노래입니다.”
 
타블로가 노래를 부르던 중 두 손을 치켜들자 환호하는 관중들. 사진/YG엔터테인먼트
 
‘빈차’가 흐르자 모두가 따라 불렀다. 14년간 음악활동을 해온 그들의 음악적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갈 길이 먼데 ‘빈 차’가 없”고 “처진 어깨엔 오늘의 무게”가 있다는 그들의 메타포가 유난히 구슬프게 들렸다. 중간 중간 울먹이는 관객들도 보였다.
 
‘빈차’에 나타나듯, 이들의 9집 수록곡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뻤거나 괴로웠던 혹은 지금, 누구나 겪고 있을 삶의 성장통에 관한 것들이다.
 
“좋았던 순간이나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죠. 이 공연장을 들어오는 순간에도 가슴 아픈 일을 겪고 있거나 머리를 깨지게 하는 고민을 하고 계셨던 분들도 있을테고요. 저희는 이번 앨범에서 그런 순간 마저도 굉장히 놀라운 일을 해낸 거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그 모든 순간들이 불행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해도 저희가 봤을 때는 여러분 모두 다 위대한, 놀라운 일들을 하고 계신 거라는 것을요.”
 
그제서야 이번 공연 타이틀의 이유는 비로소 명쾌해졌다.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이 그 자리 모두의 인생을 위한 성배와 같다는 사실을. 타블로의 말처럼 우리 모두의 좋았던, 그리고 아팠던 순간들은 뒤엉켜 십여년의 세월을 넘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이겨내 온 사실 만으로도 모두는 축복 받을 정도의 '멋진 일'들을 해낸 셈이었다. 앵콜곡이 흐를 때 타블로가 흰 타올에 검정 매직펜으로 휘갈겨 쓴 구절 역시 이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Your Life is GOD’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과의 포토타임을 갖는 에픽하이 멤버들. 사진/YG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