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 1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16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특수활동비를 왜 상납했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 취재진의 수많은 질문에 조금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의 안보 정세가 나날이 위중하고 있어 국정원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라며 "그런데 최근 들어 오히려 국정원이 큰 상처를 입고, 흔들리고, 약화되고 있다. 크게 걱정된다.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이점에 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국정원 강화를 위해 국민적 성원이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근무하는 동안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 매달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이 전 원장을 상대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구체적인 경위 등을 조사하고, 이 전 원장의 전임자인 이병기 전 원장의 소환 일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8일 오후 1시쯤 남재준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9시간에 가까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남 전 원장은 대기업 등을 압박해 경찰 퇴직자 모임인 재향경우회 등 보수 단체에 거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조사 후 서울중앙지검을 나오면서 억울한 점을 소명했냐고 묻는 취재진에 "심문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진실하게 답변했다"고 대답했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에서 전달된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의 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실상 돈을 받은 피의자로 판단하고 조사 방식과 시기를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돈은 청와대의 합법적인 특수활동비와 전혀 별개로 비밀리에 관리되고 사용됐다"며 "박 전 대통령도 수수자 측 피의자로 적시한 셈이라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3일 특정범죄가중법(뇌물수수·국고손실) 위반 혐의로 이·안 전 비서관을 구속했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지난해 4·13 총선 전 다수의 여론조사를 진행한 후 국정원에서 받은 5억원으로 대금을 지급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안 전 비서관은 국정원에서 개인적으로 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조사했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 이병호 국정원장이 3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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