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감 사찰 의혹과 관련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11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왔다. 김 교육감은 이날 오후 1시47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그동안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있었는데, 검찰에 들어가서 진술해 보면 그것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 드러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우병우 전 수석이 지난해 3월 국정원에 정부에 비판적인 교육감을 뒷조사하고 지시한 것이 1차례였겠느냐"면서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이 빙산의 일각일 수밖에 없는 수많은 증거가 저와 있다"며 "제가 2개의 정권을 거치는 동안 검찰 고발만 17차례 당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2015년 12월8일 전주에서 퇴근하고 익산으로 가는 도중에 수행기사가 평소와는 다른 코스로 급하게 꺾었다. 나중에 왜 그랬는지 물어보니 '저기 가는 앞차가 우리를 미행했다'고 대답했다"며 "그래서 그 미행했던 차량의 번호를 지금 갖고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2016년 6월 전북 의회에 출석했다가 300여명의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3월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교육감에 대해 국정원에 불법 사찰을 지시한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이러한 지시가 이뤄진 후 실제 국정원은 보수 성향의 교육감 일부를 제외하고 전국 교육감 대부분을 사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0일 우 전 수석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검찰은 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당시 "누리 과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압박과 교육감에 대한 다각적인 압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가 대학에 다니던 70년대에 있었던 불법 사찰과 정치 공작이 4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우 전 수석이 국정원에 지난해 2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원의 정치 성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하는 등 이른바 '과학기술계 블랙리스트'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이 대해 6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김명자 과총 회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혐의와 관련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김 교육감 등 참고인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토한 후 우 전 수석에 대해 2차례 기각됐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각각 지난 2월과 4월 직권남용 등 혐의로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진보 성향 교육감들에 대한 뒷조사 지시로 국가정보원에 사찰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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