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삼성물산 404만주 매각해야"
공정위, 합병 가이드라인 변경…유예기간 6개월 부여 방침
2017-12-21 16:56:18 2017-12-21 16:56:18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면서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매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공정위는 21일 기존 가이드라인에 대한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재판 결과와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에 따라 새롭게 검토절차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하도록 명령한 근거인 가이드라인도 잘못됐다고 판단, 삼성 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매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가이드라인 변경을 예규로 제정해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며, 삼성SDI에는 예규가 최종 확정되는 시점에서 6개월의 매각 유예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2014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신규 순환출자는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계열사 간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새롭게 형성되거나 기존 고리가 강화되는 경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삼성SDI는 합병 당시 신규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00만주의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공정위는 순환출자 고리 강화로 판단해 합병에 따른 출자분 500만주만 매각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매각 주식 수를 줄여달라는 삼성의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실제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죄 1심 판결에서 공정위는 삼성의 청탁으로 삼성물산 주식 900만주 매각에서 500만주 매각으로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회는 기존 가이드라인에 의한 결론이 외압에 의해 변경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의 해석 기준에 대한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 결국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에 따라 지난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순환출자 고리 강화라고 내려졌던 판단은 신규 순환출자 형성으로 번복됐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지 않았던 존속법인은 계열출자대상회사로 해석될 수 없다"며 "소멸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비로소 순환출자 고리 내로 편입되는 것이므로 합병 결과 나타난 고리는 새롭게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SDI가)유예기간 경과 후에도 주식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시행명령 등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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