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내년에도 수출경기 전망은 밝다. 반도체 호황의 지속에, 부진했던 자동차가 부활해 ‘전차군단’이 다시 수출전선 전면에 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대비해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 불황의 늪에 빠진 조선업은 내년에도 힘든 한 해를 각오해야 할 처지다.
내년 수출 증가율 한 자릿수로 둔화
다수의 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통관 기준 수출액은 2015년(-8.0%)과 2016년(-5.9%)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래, 올해 15~16%의 플러스 반등이 예상된다. 다만, 내년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둔화될 전망이다. 반도체와 석유 등 수출단가 상승세가 꺾이고, 올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 등도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월별 수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이후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지만, 10월 이후 이미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내년 수출액 증가율로 산업연구원은 5.3%, LG경제연구원은 6.8%, 코트라는 4.8%를 각각 제시했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수출 여건도 개선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 10월 IMF가 전망한 2018년 세계경제 전망치는 3.7%다. 지난 7월 3.6%보다 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선진시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인한 제조업 수입수요 확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첨단산업 성장이 수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신흥시장도 중산층 확대에 따른 소비시장 성장, 정부 주도 제조업 육성, 적극적 개발정책 추진 등으로 수출이 힘을 받는다.
중국발 공급과잉, 보호무역 강화,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의 변수도 상존한다. 특히 올 4분기 들어 크게 상승한 원화가치는 수출 경쟁력의 최대 난제다. 원화절상은 1~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내년 초 가격경쟁력 저하가 가시화될 수 있다. 한미 FTA 재협상, 세탁기와 철강 등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 미국 보호주의 강화도 리스크 요인이다.
변함없는 효자 '반도체', 자동차도 부활 시동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의 반등 예상이 고무적이다. 복수의 기관들은 자동차가 양호한 수준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에도 불구, 친환경차 및 고급차종 수출 확대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이 긍정 요인이다. 중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 경기 회복도 수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는 “유럽, 대양주의 민간소비 개선, 신차 구입 수요 증가 및 아세안,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점유율 확대로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는 내년에도 변함없이 수출 1등의 효자종목으로 꼽힌다. 주력 수출업종 중 가장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IT산업군 신수요와 더불어 고용량,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수요 확대로 공급자가 주도하는 현 시장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신규 진입 등 글로벌 경쟁 심화 우려도 있지만 이를 상쇄시킬 만큼 수요 전망이 좋다. 선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석유화학, 철강, 일반기계도 대체로 전망이 양호하다. 유가는 현 수준의 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정유 및 석유화학 업종으로선 긍정적이다. 저유가에 따른 수요 확대 효과나 완만한 상승의 재고평가이익을 거둘 수 있다. 철강은 아세안, 인도, 중동 등 신흥시장의 제조업 육성 및 인프라 개발 수요가 긍정 요인이다. 중국발 과잉공급에도 국제 철강가격은 안정세를 보인다. 일반기계는 미국, 유럽,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 아세안 신흥국 생산 인프라 확대 등이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가전은 불안감이 있다. 정보통신기기는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 확대, 제품 고급화에 따른 핵심부품 중심의 수출 개선 요인이 있으나, 중국산 중저가 제품과의 경쟁 심화, 신흥국의 수입 관세 및 부가가치세 인상 요인이 겹친다. 디스플레이는 삼성과 LG의 중국 패널공장 생산 확대와 더불어 중국 LCD패널 8세대 이상 생산라인 가동이 본격화돼 공급과잉 요인이 부각된다. 최근 LCD 수출단가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전은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가장 큰 장벽이며, 최근 중동에서도 자국 제조업 육성 목적의 수입규제 및 비관세장벽이 강화되는 추세다.
조선업은 내년에도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양주 지역에서의 선박 수주 물량이 올해 집중적으로 인도된 데 따른 기저효과 및 수주잔량 감소로 인한 수출 부진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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