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식품업계 긴장
내부거래 의심 계열사 곳곳…농심 등 자산총액 5조 육박 기업 규제해소 나서
2018-01-17 06:00:00 2018-01-17 10:28:48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연초부터 '일감몰아주기' 철퇴에 칼을 뽑아들면서, 감시망에 들어온 기업들이 일제히 숨을 죽이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첫 타깃으로 하이트진로(000080)에 100억원대 과징금과 총수 2세, 대표이사, 실무책임자까지 검찰에 고발했다. 하이트진로가 10년간 조직적으로 2세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다.
 
이에 '일감몰아주기' 사각지대에서 안도하던 대부분의 식품기업들도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서 5조원 이상의 기업들로 확대하면서 규제대상에 새롭게 진입을 앞두고 있는 곳들은 농심(004370) 등이 있다.
 
농심은 형제간 계열사 내부거래로 꾸준히 거론됐지만 조사대상 기준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자산규모가 4조5000억(지난해기준)까지 늘어나며 올해 자산 규모가 늘어나게 되면 조사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비상장사 20%, 상장사 30%의 지분을 가진 회사의 경우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 이상이거나 연매출액 내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처벌받게 돼 있다. 농심은 내부거래 비중이 여전히 이 같은 규제범위를 벗어나며 제재대상에 속한다.
 
경제개혁연구소로부터 지난해 초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지적을 받은 선례가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농심그룹은 3개의 상장회사와 15개의 비상장회사, 14개의 해외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농심그룹의 지배주주는 신춘호 회장을 정점으로, 장남인 신동원, 차남 신동윤, 삼남 신동익 등과 함께 일감몰아주기 등 수혜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심은 이같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자산총액 5조원 진입을 앞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계열 분리 움직임에 한창이다. 지난해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율 율촌화학 부회장 형제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상대방 회사의 주식을 서로 주고받으며 각자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늘렸다. 계열분리를 서둘러 내부거래의 근본적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 제재대상은 아니지만, 정부의 기조에 맞춰 내부거래를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식품회사들이 대부분 규제 대상에서 비켜나 있으면서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의 지배구조 강화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던게 사실"이라며 "자산규모가 커지는 회사들이 속속 제제 감시망에 들어올 것으로 보여 식품업계도 더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 본사 전경. 사진/농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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