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보안원이 금융감독원 고위 퇴직자들의 재취업자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세춘 전 금감원 부원장과 김영기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현재 공석인 신임 금보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보안 강화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할 기구가 금감원 고위직 간부들의 경력세탁 기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제3대 금융보안원장 선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신임 금보원장 자리에 박세춘 전 금감원 부원장과 김영기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거론되고 있다.
금융보안원은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보안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금감원의 금융보안연구원과 금융결제원의 금융 정보공유분석센터, 코스콤의 증권 정보공유분석센터 부문을 통합해 2015년 설립됐다.
금보원의 초대 원장은 금융보안연구원 출신인 김영린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맡았으며 이어 허창언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원장 자리를 이었다.
때문에 만약 박세춘 전 부원장 또는 김영기 전 부원장보가 금보원장 자리를 맡게 될 경우 2015년 설립 이후 연이어 전 금감원 간부 출신이 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금보원이 금감원 임원 출신의 자리 보존 수단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발생하는 이유다. 금융보안원은 제3대 금융보안원장 지원자를 오는 13일까지 모집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보원이 금감원, 금결원, 코스콤의 공동 출자로 만들어졌지만, 기관 성격상 금감원 출신이 원장직을 맡는 게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며 "세 번이나 연달아 금감원 임원 출신이 퇴직한 출신이 원장직을 맡게 될 경우 퇴임자의 자리 만들어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보원장을 뽑는 구조 자체가 낙하산 형식을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금보원장을 심사하는 ‘금융보안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장직이 내부 규정상 금융위원회 추천자로 임명하도록 돼있어 금융위와 이해관계가 깊은 금감원 출신이 임명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원추위는 금보원 이사회에서 3명을 추천하며 금융위에서 2명을 선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보원 관계자는 "회원사들에게 허락을 받은 내부 규정에 따라 금융위에서 추천한 원장후보추천위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있다"며 "내부 규정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출신 임원의 원장직을 우려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역대 원장 모두 금보원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3년)을 보낸 후 연봉이 높은 은행권 상임이사로 취직한 탓에 금보원이 경력세탁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력세탁을 마친 2대 허 전 원장의 경우 신한은행 상근감사직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1대 김 전 원장 또한 퇴직 후 NH농협은행 상근감사로 갔다.
금보원 관계자는 "금감원을 사임하고 나서 경력세탁을 위한 기간을 보내기에 우리 원을 제일 좋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금보원이 금감원 산하기관도 아니고 대등한 입장의 사단법인며 금융해킹 사고시 조사를 맡게 되는 엄연한 공적업무 기관인데 금감원의 자리 만들어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신임 금융보안원장에 박세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김영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금융보안원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