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마음과 마음을 모아 난관을 이겨 나가자”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를 향해 “늘 건강하시라, 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시라”고 초청했다.
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오후 7시부터 1시간40분 동안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의 왼쪽엔 김 여사가, 오른쪽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앉았다. 문 대통령과 김 부부장은 공연 중간중간 대화를 나누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공연 시작에 앞서 문 대통령은 별도 공간에서 북측 대표단과 짧은 환담도 나눴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바쁘고 전반적인 대사를 보살펴야 하는데도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기쁘고 인상적이다”라고 먼저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강릉 공연도 감동적이었지만 서울 공연은 관객도 많고 시설도 더 좋다”고 화답했다.
또 김 위원장은 “대통령과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자주 상봉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마련했으니 다시 만날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만난 게 소중하다”며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 내외와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환담을 마치고 국립극장 2층 객석으로 입장했다. 사회자가 문 대통령 내외와 북한 대표단의 입장 소식 알리자 1500여명의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환영했다.
공연은 ‘반갑습니다’로 시작됐고, ‘아리랑’,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오페라의 유령’ 등의 관현악 연주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공연을 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고, 가장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라는 곡이 나올 때는 김여정 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30초가량 공연 내용을 설명해주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사랑의 미로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현송월 단장이 무대에 오르며 손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지막 무대는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장식했다. 현 단장은 “통일을 바라는 뜻깊은 공연장이 바뀌지 말고 통일의 노래가 울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우리 온 민족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화해와 단합의...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려 나왔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자 현 단장은 “평양에서도 다 들리게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를 독창했다.
현 단장의 노래에 김영남 위원장은 큰 박수를 보냈고, 김여정 제1부부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박수를 쳤다. 노래가 끝나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앵콜”을 세 번 연호하자 김 제1부부장은 조 장관 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와 이산가족 상봉 영상이 무대화면에 흘러나오면서 공연은 마무리됐다. 무대에서 소녀시대 멤버 가수 서현씨가 등장해 북한 여가수를 껴안기도 했다.
오후 8시34분쯤 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행은 무대 쪽으로 손을 흔들면서 퇴장했고, 관객들은 큰 박수로 배웅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행은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10시24분경 전용기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한편 이날 공연이 시작하기 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만찬을 가졌다. 메뉴는 비빔밥과 갈비찜 등으로 오후 5시 20분부터 약 1시간30분간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임 실장은 “오늘은 정말 편하게 밥 먹는 자리”라며 김여정 부부장에게 건배사를 요청했다. 김 부부장은 “제가 원래 말을 잘 못합니다”라고 운을 떼고 “솔직히 이렇게 갑자기 오게되리라 생각 못했고 생소하고 많이 다를거라 생각했는데 비슷하고 같은 것도 많더라”며 “하나되는 그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건배사를 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어제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우리는 하나다’는 구호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고 김 부부장도 “우리 응원단의 응원 동작에 맞춰 남쪽 분들이 함께 응원해줘 참 좋았다”고 말했다. 이에 임 실장이 “그게 바로 저희들이었습니다”고 화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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