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 고심하는 청와대…임종석·서훈·김홍걸·반기문 등 거론
북진의·핵미사일입장 확인해야…대통령 신뢰하고 북 수용할 인사
2018-02-11 17:55:14 2018-02-11 17:55:14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특사로 보낸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공식 초청하면서 답례 차원의 ‘문 대통령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대북특사와 관련된 내용을 알고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그간 “필요하면 보낼 수 있다”며 대북특사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왔고, 김 위원장이 자신이 직접 방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백두혈통’(김일성 일가) 카드를 사용해 관계개선 의지를 보인만큼, 그에 상응하는 카드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답례 형식으로 보내는 만큼 정치적 부담도 덜하다.
 
정치권에서는 대북특사가 북측 대화시도 진의와 핵·미사일 입장 등을 확인해야 하기에 북측이 인정할 만한 정치적 중량감과 함께 정무감각을 겸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차원에서 청와대 2인자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북한 전문가 서훈 국정원장이 첫 손에 꼽힌다. 임 실장은 지난해 12월에도 문 대통령의 특사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해 양국간 복잡한 현안을 해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분신이라는 상징성도 갖춰 북측에서도 인정할 만한 카드다.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주도한 대표적인 ‘대북 전문가’다. 1996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를 역임할 당시 경수로 건설을 위해 북한에 2년간 상주했고, 개성공단 협상도 주도해 대북 협상가로는 최고의 전문성을 갖췄다.
 
그 외에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의용 안보실장 등의 이름도 거론된다. 지난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 특사로 파견된 기록이 있고, 2002년과 2003년에는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통일특보가 파견된 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후보군이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김대중(DJ)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카드가 주목된다. 북측 대표단이 평양에서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이용한 북한 전용기의 편명은 ‘PRK-615’다. PRK(People’s Republic of Korea)는 북한의 영문 공식 약자이며, 615는 2000년 김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6·15 공동선언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북측이 6·15 선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해석돼, DJ의 아들 김 의장의 상징성 역시 커진다.
 
여기에 김 의장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시 어머니 이희호 여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과 함께 조문단으로 방북해 정치권 인사 중 거의 유일하게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또 11일 이낙연 총리 주재 오찬에도 참석해 김여정 제1부부장과도 만났다.
 
이외에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도 거명된다. 반 전 사무총장은 미국과 보수진영에서도 인정할만한 국제적 명성과 정치 중량감이 있는 인사다. 두 전직 통일부 장관도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남북교류에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박 의원은 2000년 당시 DJ의 '특사‘로 북측과 접촉해 6·15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전문성이 남다르다.
 
대북특사 파견 시점으로는 이르면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는 2월말이나 3월 초가 거론된다. 평창올림픽 계기로 형성된 남북화해모드를 이어가고, 4월로 잠정연기된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 북측과 대화의 장을 열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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