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대통령발 개헌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는 최근 홈페이지를 열어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개헌관련 시민단체와 연쇄 토론을 개최하는 등 ‘3월 개헌안’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 차원이지만, 국회의 지지부진한 개헌 논의를 국민 목소리로 압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자문특위는 지난 19일부터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이라는 홈페이지를 열어 국민의견 수렴에 나섰다. 특히 개헌 쟁점들 가운데 국민주권 및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선거제도, 정부형태, 헌법전문 등 22개 주요 이슈들을 제시했다. 해당 이슈에 국민들이 단 댓글과 찬반 의견은 분석과정을 거쳐 개헌안 작성에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21일 오후 4시 기준 가장 관심도가 높은 안건은 ‘검사가 없으면 구속이 안 된다?’이다. 현행 헌법상 검사로 한정한 ‘영장 신청 주체 규정’을 삭제하고 법률로 신청 주체를 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묻는 항목이다. 1267건의 댓글이 달렸고, 4719명이 영장신청 주체 다양화에 찬성했다. 반대의견은 213명에 그쳤다. 절대다수의 찬성 의견은 “영장은 검사가 발부하는 것이 아니고 법원이 발부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자문특위는 다양한 개헌 유관 단체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19일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 20일 국민주도 헌법개정 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과 만났고, 22일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23일 한국헌법학회 등과의 간담회도 예정했다. 자문특위 측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30년만의 개헌을 최초의 국민참여개헌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민헌법 자문안을 만들기 위해 짧은 시간이지만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의견을 듣고 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청와대 측은 “개헌에 국회가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조심스런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국회 차원의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정부 개헌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지 역시 분명히 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문특위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있지만 조문작업을 직접 하고 있지는 않다”며 “국회 논의를 다 보고 들어가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들을 기회가 없어 자문위를 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자문특위 개헌안의 향후 공개 방식에 대해선 “아직 확정한 바가 없다”며 “국회의 합의 속도나 수준을 보고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6월 지방선거를) 역산하면 3월 말에는 발의가 돼야하지만 국회 합의 수준이 높아지고 국회 의지가 분명하면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가정 하에 준비하겠다”면서도 “국회 논의가 중요하다. 여야 모두가 (대선 기간에) 약속한 것인 만큼 합의안을 도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실무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으니 2월말까지는 국회가 의견을 모아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회에서 19일 오후 진행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김재경 위원장의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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