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뇌물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한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감사 청원에 청와대가 20일 "권한이 없다"고 답변했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청와대가 재판에 관여하거나 판사 개인에 대해 처벌하거나 징계할 권한이 없다"며 "헌법상 사법권은 다른 국가 권력으로부터 분리된 독자적인 국가 기관"이라고 밝혔다.
정 비서관은 "감사원법 제24조 제3항은 국회나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이 감찰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한다"며 감사원 특별감사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법관의 비위 사실이 있다면 징계는 가능하지만, 사법부 권한"이라며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청와대는 이번 청원 내용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해당 재판에 대해 검찰의 상고가 있었고, 이후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이 날 것"이라며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 증거로 인정되느냐 등 여러 쟁점이 있고, 이것을 대법원이 다룰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부 재벌 총수가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다음에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경된 사례가 이어졌다면서 이른바 '3-5 법칙'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며 "국민이 청와대에 청원까지 하게 된 배경에는 이 같은 판결에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것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 비서관은 이번 청원에 대해 "수권자인 국민이 재판에 대해 비판하는 여론이 청원을 통해서 반영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악의적인 인신공격이 아니라면 국민의 비판을 새겨듣는 것이 사법부뿐만 아니라 행정부, 입법부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형식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지난 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한 뇌물공여와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등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 등 혐의에 대해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같은 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국민의 돈인 국민연금에 손실을 입힌 범죄자의 구속을 임의로 풀어준 정형식 판사에 대해 이 판결과 그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한다"는 내용이 게시됐고, 이날 현재 24만40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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