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가 서류만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구속 여부는 검찰이 제출한 방대한 자료의 검토를 거쳐 오는 23일 오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22일 "서면심사에서도 추가 의견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분량이 많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손실·조세)·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총 15개 정도의 범죄 사실에 대한 6개 혐의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무려 8만페이지가 넘는 157권 분량의 증거자료를 함께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로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소명자료가 나오면 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장심사가 배정된 지난 20일 "검찰에서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한다. 만일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영장을 집행하며, 전직 대통령 예우와 경호 등을 고려해 검찰청을 거치지 않고 구치소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수감 장소는 서울동부구치소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수사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된다"며 "보강하거나 추가할 부분이 있는지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포함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관련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관련된 혐의 외에도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과 관련된 혐의도 계속해서 확인할 방침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심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서류로 심리하고 있다. 애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21일 검찰에 심문기일에 불출석하겠다는 의견서를 냈고, 검찰은 심문을 위한 구인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반환했다. 반대로 변호인단은 법원에 심문기일에 출석하겠다는 의견서를 내면서 결국 기존 영장심사는 무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심문절차 없이 서류심사로만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22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서 관람객들이 이 전 대통령의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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