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조직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
당시 우리은행 특혜채용 의혹과 계파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손 행장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합치면 견고한 성과 같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중심성성(衆心成成)'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다. 종합금융그룹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으로 ‘화합’을 꼽은 것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오는 31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사진/우리은행
◇ 최우선 과제로 '화합' 꼽아…상반기까지 500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실제 취임 이후 100일간 손 행장의 행보는 ‘화합을 통한 신뢰 회복’을 향했다.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포용적 리더십과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강점으로 꼽았던 손 행장은 우리은행 합병과정에서 생긴 상업, 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성과 중심의 인사원칙을 정하고 갈등봉합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CEO 소통채널을 개편해 임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한편 지난 16일부터 5월 말까지 전국 34개 영업본부 및 일선 영업점을 방문해 현장 애로 사항을 경청하고, ‘1일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등 ‘소통 경영’도 추진 중이다.
채용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발 시 가차 없이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채용 전 과정은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손 행장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문은 글로벌과 디지털 금융시장이다. 지난 2014년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으로 역임한 손 행장은 지금까지도 별도의 부문장 선임 없이 글로벌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인 25개국 301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해외 IT 및 핀테크 사업을 전담하는 ‘글로벌디지털추진팀’도 신설해 글로벌 네트워크의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다.
아울러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500개 이상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선 외부 전문가를 최고 디지털 경영자(CDO)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진단시스템과 부동산 플랫폼인 '위비홈즈'도 마련했다.
◇ 지주사 전환 난항…손태승 행장, 주가 부양 위해 자사주 매입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올 1분기 목표로 했던 독일법인 설립과 인도영업본부의 법인전환이 완료되지 않은 데다 지난 2월 예정됐던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사업도 연기되면서 잡음이 일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은행이 관리하던 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 이택스(ETAX)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하며 시금고 선정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서울시가 104년 만에 시금고를 복수금고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금고를 독점 운영해온 우리은행과 여타 시중은행 간 유치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도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은행의 완전 민영화를 위해선 예금보험공사가 지분(18.4%)을 매각해야 하지만, 현재 예보는 ‘매각 방침이 정해진 것 없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 손 행장 취임 후 사실상 처음으로 나오는 성적표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721억원으로 전년보다 26.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 줄어든 6512억원으로 전망됐다. 금융지주사 전환 물꼬가 트이지 않으면서 주가도 하락세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우리은행은 전날보다 50원 내려간 1만4200원에 거래 중이다.
한편 손 행장은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부양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손 행장은 지난 23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각각 50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로써 손 행장은 자사주 3만3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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