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 강대강 대치…생사 갈림길
이달에만 1조원 필요…사측 부도 언급에 노조 파업 예고
2018-04-08 17:05:38 2018-04-08 17:05:38
[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한국지엠 노사가 한 치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부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국지엠은 4월에만 각종 비용으로 약 1조원이 필요한 가운데,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 합의가 도출되지 못할 경우 정부 지원 또한 기대할 수 없다. 베리엥글 GM 해외사업부 사장이 부도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노조는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는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추가적 자금 투입이 없다면 4월에 도래하는 각종 비용을 지급할 수 없게 된다"며 "2017년 임금 협상에서 약속한 2차 성과급을 예정된 4월6일에 지급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현 상태가 이어지면 곧 협력사들에 줘야 할 부품대금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부품을 받지 못하면 결국 생산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이달에만 고정비로 약 1조원이 필요하다. 매달 약 3000억원이 협력사에 부품대금으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인건비로 작년 성과급 절반분(720억원)과 10일과 25일 각각 지급해야 할 생산직·일반직 월급 등으로 총 1000억원이 예정돼 한다. 희망퇴직 신청자 2500명에게 지급할 위로금의 경우 2~3년치 연봉을 평균 2억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5000억원이 필요하다. 4월까지 만기였던 본사 차입금 1조7100억원은 '실사 완료 이후'로 회수가 보류된 상황이다.
 
이미 베리엥글 사장은 "자구안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자금난 악화로 부도가 날 수 있다"며 "4월 말까지 마련해야 하는 희망퇴직 위로금 등 지출 경비로 약 6억달러(약 6422억원)가 필요한데 노사간 합의가 안되면 이를 투입하지 않겠다"고 엄포한 바 있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부도’를 언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미지급에는 동의했지만, 복리후생비 부문에 있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충돌도 빚어졌다. 노조는 지난 5일 카젬 사장이 작년 성과급 절반분 지급이 어렵다고 하자 사장실을 무단점거, 쇠파이프로 기물을 파손했다. 6일 사장실 점거는 풀었지만 9일부터 부평공장 조립사거리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파업 돌입도 예고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올해 임금동결 등 양보를 했음에도 사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일시금 등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파업은 물론 법적 조치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쨰)이 지난 6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방문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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