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지주)들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과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 확대 등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지주사별로는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순이익 증가세가 뚜렷한 가운데
신한지주(055550)의 순익은 소폭 감소하며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은행권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왼쪽부터)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본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은 오는 19일
KB금융(105560)지주를 시작으로 신한금융,
우리은행(000030), 하나금융 순으로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 1분기 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에 이어 또다시 양호한 기록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금융과 우리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86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3조510억원)보다 6.17% 감소한 규모지만, 지난해 반영됐던 일회성 이익을 감안하면 시장 컨센선스에 부합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리딩뱅크의 수성 여부다. 작년 한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리딩뱅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승기는 KB금융에 돌아갈 전망이다. KB금융은 올 1분기에만 당기순이익 9285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당기순익 규모는 전년보다 4.6%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6% 증가한 1조1491억원, 매출액은 17.5% 늘어난 3조602억원으로 조사됐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은 2016년 하반기부터 프리미엄을 확고히 하고 있다”면서 “지배구조 안정과 비은행 확대전략 등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KB금융은 지난해 연간 3조3000억원의 순익을 시현하며 창립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 연구원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올해에도 새로운 실적 역사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 지주 가운데 이익 규모가 가장 크고, 자기자본비율도 높다”고 언급했다. 그는 “작년과 같은 드라마틱한 주가 상승이나 이익 급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은행업종 주도는 당분간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신한금융은 1년 전보다 15.7% 감소한 8488억원의 순익을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비교하면 약 800억원이 낮은 규모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해 1분기 1조73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KB금융을 앞섰지만, 지난 한해 KB금융이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으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며, 9년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여기에 작년 실적에 영향을 미쳤던 일회성 이익까지 빠지며 신한금융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1334억원으로 12.7% 축소됐으며, 매출액은 3조1688억원으로 12.4%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은 지난해 일회성 이익으로 신한카드 충당금 모델 변경에 따른 환입액(3640억원)과 비자 카드 매각이익(6000억원)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처/에프앤가이드
하나금융의 경우, 김정태 회장 연임과 채용비리 이슈 등에도 실적은 견고한 모습이다. 올 1분기 하나금융의 순익은 전년보다 19.4% 늘어난 6132억원을 시현할 것으로 나왔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7828억원, 2조380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6%, 12.3% 증가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대손충당금전입 하향 안정화와 대규모 성과급, 명예퇴직 효과 소멸로 판관비가 감소하면서 순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의 순익은 47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5%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은 26% 떨어진 6512억원, 매출액은 6.9% 오른 2조227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1분기에는 중국 화푸빌딩 매각이익 회수(1702억원)이 있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금융당국에서 제기한 ‘손쉬운 영업’ 행태에 대한 반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 연구원은 가계대출 위주의 ‘쉬운 영업’ 행태가 지적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자이익은 조정이 불가능한 항목이고, 비이자이익도 조정 여지가 크지 않다”며 “아직까지 판관비 부문에서 특이 요인 없어 인위적 이익 조정 조짐은 없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IFRS9 도입에도 불구하고 대손충당금 증가 영향 크지 않은 데다 소규모 충당금 환입 요인들이 다수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대손비용률(Credit Cost)이 예상보다 낮아질 공산이 더 크다”며 “작년 발생한 어닝 서프라이즈의 대부분은 비이자와 충당금 항목이었다는 점에서 1분기도 예상 외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 또한 “작년 1분기 일회성을 이익을 감안하면 올해 은행(지주)의 순이익은 양호할 것”이라며 “비록 가계 대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대출 성장을 어느 정도 메우고 있고, 순이자마진(NIM)도 이번 분기에 소폭 상승할 것으로 추정돼 이자이익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꼽았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은행권은 양호한 수준의 여신 성장과 순이자마진 시현으로 이자부문에서 긍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손 비용과 판관비 등 경상적 비용도 계절적 요인 등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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