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대형건설사에 이어 중견건설사들이 주택 경기침체에 맞서기 위해 '종합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디벨로퍼는 시공만 담당했던 기존 도급 사업에서 벗어나 부지 매입, 설계 등을 총괄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종합개발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중견건설사의 디벨로퍼 진출 확대가 도산 리스크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한 건설업체가 베트남 하노이에 건설한 빌딩 모습. 사진/뉴시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사들도 종합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우미건설은 베트남 호찌민에 현지법인 '우미비나'를 설립, 해외 부동산 투자 및 학교 건립을 위한 시장 조사와 사업 검토에 돌입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기존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 베트남 공공기관, 금융권 등 다양한 관계자와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며 "학교부터 호텔, 오피스텔 등 건설 투자 및 사업 구상을 기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우미건설은 국내에선 지식산업센터 자체 브랜드 '우미 뉴브'를 론칭해 지난달 광교신도시에서 분양을 마쳤다. 이 사업은 시행사가 분양을 맡는 것과 달리 우미건설이 직접 마케팅과 분양을 진행했다. 우미건설은 앞으로도 자체 브랜드를 활용해 지식산업센터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호반건설도 주상복합상가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을 가다듬고 있다. 호반건설은 주상복합사업 '아브뉴프랑'이라는 브랜드로 판교와 광교에서 3~4년째 직영 형태로 수익을 얻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당장 상가를 분양했을 때 단기간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직영으로 운영하면 중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임대료를 받거나 매출의 일정 수익을 받는 형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중견건설사의 디벨로퍼로서의 전환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수익이 커지는 만큼 건설사가 지게 되는 리스크도 동시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시공만 맡아 할당된 시공비만 받으면 위험이 적다"며 "디벨로퍼는 직접 사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택 경기 침체가 심화되며 중견 건설사의 디벨로퍼 전환 시도는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위원은 “중견건설사의 경우 지방에서 성장한 업체들이 대다수”라면서 “지방 건설 경기 침체를 뚫고 수익을 확보하려면 수도권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중견건설사가 시공만으로는 대형 건설사와 경쟁하기 어려워 토지 매입부터 직접 사업을 조성하는 디벨로퍼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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