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로 석방된 지 100일을 맞는다. 출소 한 달여 만에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이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방침 폐기, 순환출자 해소 등 삼성의 변화에도 나섰다. 정부의 재벌개혁 압박이 있었다지만, 그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조치들이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 하지만 내부를 향한 메시지는 전무했다. 그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리며 힘겨운 시절을 보냈던 임직원들에게는 여전히 그는 부재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5일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 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 창립 80주년이었던 지난 3월22일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46일 만이었다. 석방 이후 주요 사업 현안 보고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식 석상에는 나서지 않았던 그가 해외 일정을 복귀의 신호탄으로 알린 것이다. 약 보름 동안 유럽, 캐나다, 일본 등지를 돌며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현안을 살폈다. 한 달 후에는 중국으로 날아가 BYD, 샤오미, 화웨이 등의 리더들을 만나 전장과 부품 관련 협력 방안들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 총수로서의 과감한 결정도 내렸다. 지난달 10일 삼성SDI는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 전량(404만주)을 매각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7개 순환출자 고리 중 3개가 끊어졌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삼성물산 지분도 곧 처분될 전망이다. 같은 달 17일에는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을 직접고용키로 했다. 이들의 합법적 노조 활동도 보장한다. 삼성을 상징했던 무노조 경영 방침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반면 삼성 내부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이 없었던 1년의 시간 동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왔던 임직원들에 대한 메시지가 부재한 까닭이다. 상고심을 앞둔 상황에서 언행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직원들에 대한 감사와 격려는 있었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다. 삼성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돼 의도와 다르게 읽힐 수는 있지만 총수로서의 메시지 전달은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여전히 소수의 측근들에 의존하는 등 조직 내 소통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폐쇄적 운영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야기했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했음에도 법무팀과 일부 측근들의 말만 귀담아 듣는다는 것. 여러 루트를 통해 다양한 제언들이 전달됐지만 돌아온 것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하다. 노조 와해 문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그룹 전반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수두룩하다. 지배구조 개선과 금산분리 등도 그를 압박한다. 그룹 간판인 삼성전자의 미래도 챙겨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이 확실시 되지만, 반도체 호황이 끝난 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모바일 황금기도 이미 지났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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