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 김정은-트럼프, '햄버거 대화' 나눌까
양 정상, 회담 이틀 전 나란히 싱가포르 도착…CVID-비핵화 시한 명기 여부 관건
2018-06-11 06:00:00 2018-06-11 06: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위치한 카펠라 호텔에서 개최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 문제가 걸린 이번 정상회담은 말 그대로 ‘세기의 담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지 관심이 모인다.
 
양 정상은 10일 저녁 싱가포르 현지에 나란히 도착했다. 두 정상이 회담 이틀 전 싱가포르에 입국한 것은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양 정상은 숙소로 샹그릴라호텔(트럼프 대통령), 세인트리지스호텔(김정은 위원장)을 각각 선택했다. 두 호텔은 직선거리로 약 570m 떨어져 있다. 일각에서는 양국 실무진들이 회담 바로 직전까지 만나 협상결과를 도출하고 양국 정상이 그것을 승인한 후 다음날 회담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회담 당일 시간표나 구체적 일정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교관례상 양국 정상의 단독회담과 양국 참모들이 배석하는 확대회담, 정상 간 친교행사, 오·만찬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양 정상이 만나는 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쇼맨십에 뛰어난 인물로 유명하고, 김 위원장 역시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방북을 연출하는 등 남다른 센스를 자랑한다. 두 정상이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첫 만남을 연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두 정상의 개인 친교행사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4월 판문점 회담에서 도보다리 산책을 했고,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해변 산책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도 산책을 한다면 회담장에 연결된 팔라완 해변을 함께 걷는 것이 일단 유력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차별화를 위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회담이 열리는 센토사 섬은 인공섬으로 섬 전체가 테마파크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골프장, 해수욕장, 워터파크, 박물관 등이 회담장 주변에 모여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김 위원장과의 ‘햄버거 대화’를 공약한 바 있기에 두 정상이 햄버거를 들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
 
자료/뉴시스
 
회담이 마무리되면 양국은 공동합의문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이 회담에서 어느 정도 교감하느냐에 따라 발표 방식은 상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발표내용은 실질적이고 세부적이기보다 대략적이고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번 북미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는 첫걸음이다.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 진짜로 중요하다”며 2·3차 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우리는 위대한 성공을 거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번 회담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비핵화 과정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해서도 “정상화는 내가 기대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것이 마무리될 때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즉 북한이 완벽한 비핵화를 했을 때 국교 정상화를 하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국교 정상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북한에 부과할 300개 이상의 제재 목록을 갖고 있다”는 말도 했다. 회담이 실패할 경우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겠다며 북측을 압박하겠다는 메시지다.
 
외신 등에 따르면 북미 실무협상단은 정상회담 합의문 문구를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문구를 넣고 오는 2020년까지 비핵화를 완료한다는 구체적 로드맵 명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측은 표현 수위를 낮추는 것을 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9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싱가포르 세인트리지스호텔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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