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위한 그늘막 아니라 죄송"…중구청장의 반성문
"서울시 간부 요구만 들었다"…설치 위치 50곳 재조정
2018-07-30 17:16:28 2018-07-30 17:16:28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이 편향적인 그늘막 설치에 대해 사과했다. 중구는 주민이 거주하는 장소들로 그늘막 설치 위치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구청장은 30일 오전 긴급 직원조례를 열고 "연일 계속되는 최악의 폭염에도 불구하고 그늘막 설치가 늦어지는데다 위치도 주민이 원하는 장소가 아닌 곳이 많다"며 "게다가 서울광장 앞은 서울시 간부의 말 한마디에 세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늑장 부리기, 눈치 보기 등 부끄러운 구정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원래 중구는 이날 관내 50곳에 그늘막을 설치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서 구청장이 지난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만 그늘막이 설치된 점을 직접 목격한 뒤 계획이 수정됐다.
 
그늘막 사업 계획은 예산 문제로 지난 4월말에서야 수립됐지만, 그마저도 물량이 떨어져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광장에는 이미 4개가 설치돼 있었다. 서울시 간부의 설치 요구를 한 중구 직원이 즉시 들어줬다는 설명이다.
 
또 이날까지 설치되기로 한 나머지 46개 중 약 40개도 시청, 명동입구, 을지로 입구 등 주로 대로변에 몰렸다. 신당동 및 중림동 등 주민 주거지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구는 그늘막의 구민 수요를 재조사한 후, 50곳에는 오는 8월10일까지 설치를 마무리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곳을 조사해 8월말까지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중구는 지난 27일 서울광장 그늘막 4개를 철거해 민선7기가 끝나는 오는 2022년 6월까지 중구청 광장에 계속 두기로 했다. 반성하는 의미로 플랜카드로 중구청사에 걸었다. 또 서울시 간부와 간부의 요청을 수용한 중구 관계자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직권 남용으로 징계를 의뢰할 방침이다.
 
중구 관계자는 "서 구청장의 구정 목표는 '중구민을 위한 도시'"라며 "중구민의 의견이 아니라 서울시의 의견만을 들어준 점을 반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관계 내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30일 서울시청 광장 앞에 설치됐다가 철거돼 중구청 잔디광장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는 무더위 그늘막.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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