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저자 이수희씨는 '난임'으로 오랫동안 고통 받다가 아이 없는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살기로 한 여성이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비정상'이라든지 '비주류'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다. 출산독려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의 정책까지 감안하면 '반대'되는 위치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수희 씨 뿐 아니다. 주위에 수많은 여성들이 '난임'으로 고생하다가 어떤 이는 포기를 하기도 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난임 진단자 수는 22만1261명이고, 2015년에는 21만4588명, 2014년에는 21만1575명으로 집계됐다. 병원에서 '난임'이라고 확진 받는 가정의 숫자가 해마다 느는 추세다. 이 통계가 정식 진단을 받은 수치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부부들이 난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온통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에만 집중돼있다. 실제로 지난달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표된 저출산 대책에서도 출산 후 아이키우기 좋은 환경 위주로만 담겼다. 난임과 관련한 대책은 사실혼 부부도 법적혼 부부와 같이 난임시술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것 하나 뿐이었다. 난임 부부들을 위한 추가 지원이나 개선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 조차 '난임'에 대해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이 마련되기 전 담당 공무원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난임'정책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난임은 돈만 많이 들고 효과가 적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했다. 몇년간 난임으로 고생하던 지인은 육아휴직이 있듯이 무급이라도 좋으니 난임휴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최근 난임의 원인으로 스트레스가 한 몫 하는 만큼 최소 한두달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에 담당 공무원에게 이런 대책도 포함시켜 달라고 했더니 따로 돈이 들지 않은 만큼 고려해보겠다고 했지만 역시나 반영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렇게 휴식이 필요하면 일을 그만두라고 말 할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사회현실은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에게는 가혹하다. 이수희씨는 말한다. '나는 경력단절여성도 되지 못했다'고. 그녀는 아이를 갖기 위해 회사를 관두고 병원에 다녔지만 몸이 심하게 상해 아이 갖기를 포기했다. 다시 직장을 구하려고 하니 상황이 녹록치 않아 '경력단절여성 지원 프로젝트'에 도전했다고 한다. 난임 병원에 다닌 이력도 있고, 퇴사한 데는 아이문제가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회는 임신 중이거나 출산을 해야만 경력단절을 인정한다. 경단녀 사각지대인 셈이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한 난임 부부가 주위에 상당히 많다. 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포기한 사례들도 있다. 정부가 이들을 모두 아울러 '사각지대' 없는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라는건 욕심일까. 엄마가 아니어도, 엄마 되는 길이 힘들어도 괜찮다고, 오는 10월에 추가로 발표한다는 저출산 대책에는 이런 내용들이 보완되길.
김하늬 경제부 기자(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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