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재판소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박정희 정부 긴급조치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패소시킨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30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박정희 정부 긴급조치 혐의로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고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이 제기한 헌재법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또 긴급조치 제1호 및 제9호 발령행위 등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부적합하다고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먼저 법률조항에 대해 "이미 지난 2016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의 경우에만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하고 나머지는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68조 1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내용이 축소돼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패소시킨 대법원 판결에 대해 "청구인들은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헌재가 긴급조치를 위헌 결정해 반해 위헌으로 판단한 긴급조치를 적용해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대법원 판결이 헌재 위헌 결정에 반해 긴급조치가 합헌이라고 판단했거나 합헌임을 전제로 긴급조치를 적용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대법원이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긴급조치가 합헌이기 때문이 아니라 긴급조치가 위헌임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해석론에 따른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들은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는 허용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반면 김이수·안창호 재판관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대통령 긴급조치 행사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긴급조치가 위헌이 명백한 것을 알면서 입법을 한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지 않았다"며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위헌성이 명백하고 중대하다. 긴급조치 발령이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여서 국가배상책임 성립 여부에 관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 이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된 국가작용은 사법적 심사에서 면제될 수 없다는 헌재의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앞서 백 소장은 지난 1973년 긴급조치 위반 유죄판결에 대해 재심을 통해 2013년 무죄를 확정받은 뒤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이후 2015년 헌재에 해당 재판 판결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현행 헌재법 제68조 제1항 자체에 대해서도 위헌이라며 따로 헌법소원을 냈다. 이후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돼 면소 판결을 받은 뒤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으나 패소한 유모씨 등이 같은 이유로 한법소원을 청구했고 헌재는 사건을 병합했다.
이진성(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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