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남성과 여성 모두 명절에 겪는 스트레스로 여성만 가사노동하는 관행을 꼽았다. 미혼자에게 물어보는 결혼 관련 질문이나 힘쓰는 일을 남성에게만 강요하는 일도 선정됐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추석을 앞두고 시민 1170명을 대상으로 성차별 언어와 행동을 조사해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추석특집’을 16일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시민 1170명은 대부분 20~40대였으며, 여성이 70%, 남성이 30% 가량을 차지했다.
‘명절에 성차별적인 언어나 행동(관행)을 듣거나 겪은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참가자 중 약 80% 이상이 성차별 언어나 행동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중 70%도 성차별 언어나 행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명절 성차별 사례로 꼽은 것은 ‘명절에 여성만 하게 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이었다. 전체 중 절반 이상인 53.3%를 차지했다. 이어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여자가~’, ‘남자가~’(9.7%) ▲결혼을 권유하거나 화제로 삼는 ‘결혼 간섭’(8.1%) ▲성별로 따로 상을 차려 식사하는 ‘남녀 분리 식사’(5.4%) ▲여성이 배제되는 ‘제사문화’(4.6%) 등의 순이었다.
여성이 꼽은 1위는 ‘가사분담(57.1%)’이었다.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여성만 부엌에 가있는 명절문화에 성차별을 느꼈다. 2위가 ‘결혼 간섭(8.9%)’, 3위가 ‘여자가, 남자가(7.9%)’, 4위가 ‘남녀 분리 식사(6.5%)’, 5위는 ‘외모 평가(4.7%)’였다.
남성이 꼽은 1위도 역시 ‘가사분담(43.5%)’이었다. 여성만 집안일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과 함께 남성도 함께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개선하고 싶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2위는 ‘여자가, 남자가(14.4%)’, 3위는 ‘남성 부담(13.3%)’이었다.
특히, 남성에게만 지워지는 집·연봉 등의 금전 부담과 명절에 힘쓰는 일, 운전, 벌초 등을 모두 남자가 해야 한다는 것에도 성차별을 느꼈다. 4위는 ‘결혼간섭(6.1%)’, 5위는 ‘제사문화(4.7%)’ 순이다.
재단은 이번 추석명절을 계기로 ‘시댁’ 대신 ‘시가’, ‘친·외할머니’ 대신 ‘할머니’, ‘여자·남자가’ 대신 ‘어른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여성을 낮추고 남성만을 높이거나 잘못된 성역할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단어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절에 성차별적인 언어나 행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차별경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놀이마당에서 다문화여성들이 한국 명절문화인 송편 빚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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