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에 합의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 30일 개정 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달 27일 미국과멕시코 간 잠정합의에 이어 한 달여만이다. 3국 정상은 로페스 로브라도르 멕시코 신임 대통령 취임(12월1일) 전 협정문에 공식 서명할 계획이다.
새로운 협정에 따라 미국은 일정 물량의 승용차(멕시코, 캐나다 각 260만대)와 일정 금액의 자동차 부품(멕시코 1080억달러, 캐나다 324억달러) 초과 수입분에 대해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의거한 고율(25%) 관세를 부과한다. 일종의 쿼터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 사진/뉴시스
또 미국은 승용차 및 부품에 대한 최혜국대우(MFN) 실행관세율(현행 2.5%)을 높이는 조치를 시행할 경우, 북미산 철강·알루미늄을 70% 이상 사용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물량에 대해서만 예외를 둔다.
아울러 승용차, 경량 및 중량 트럭 생산자는 2023년 1월1일 또는 협정 발효 3년 후 중 늦은 날짜부터 최대 45%의 노동 부가가치 요건(LVC)과 최대 75%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 충족을 매년 증명해야 한다. 자동차 역내 생산을 확대하고 시급 16달러 이상의 고임금 현지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라는 조치다.
협정문에 역내(협정국내)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같은 기준을 충족하려면 사실상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한다. 멕시코의 경우 평균 시급이 7달러 수준으로 기아차 등 현지 생산공장을 둔 기업들은 임금 기준에 맞출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는 "역내 부가가치 기준, 북미산 철강 및 알루미늄 구매요건, 노동부가가치 요건 등으로 인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협은 또 향후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 및 부품에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이같은 조치는 EU 등 다른 국가에도 비슷한 형태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자동차업계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사 결과가 쿼터제로 결론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수입량을 지난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 쿼터제 시행시 고율 관세보다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받는 타격이 적지만, 수출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신차 판매 규모의 28%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최근 한미FTA 개정 협상을 타결하면서 우리 측이 미국산 자동차 수입량을 2배로 늘려주는 조치를 취한 만큼, 고율 관세보다는 쿼터제로 갈 가능성이 있으나 이 또한 국내 산업에 타격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며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두 가지 모두 적용받지 않는 것인만큼, 미국 정부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정의선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현지로 날아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미 행정부와 의회 고위 인사들을 만나는 등 설득에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은 시급한 관세 해결을 위해 3차 남북정상회담 동행도 마다했다. 지난 5월에는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 설비증설을 위해 3억8800만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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