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한의 IMF 가입 지원을 언급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이날부터 14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에 참석한다. 특히 김 부총리가 회의에서 북한의 IMF와 WB 가입 지원을 언급할지 여부를 두고 외교가는 물론 재계에서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자유시장경제체제에 편입하게 될 경우 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 언급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은 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미국 외교협회 초청강연에서 북한이 IMF나 WB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가 열린 당시 면담을 진행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티브 므느신 미국 재무장관. 사진/뉴시스
다만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국가통계 구축과 회원국 동의 등을 고려하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 IMF는 앞서 2000년(미국)과 2003년(아랍에미리트) 연차총회에 북한을 특별초청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당시 북한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이 IMF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자국 보유 외환과 국민소득, 무역액 등 경제·사회 통계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에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성장에 힘을 쏟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금융 지원을 위해서라도 IMF가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총 투표권의 3분의 2 이상을 가진 과반수 가입국의 참석과 찬성이 필요한데 국가통계를 비공개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북·미 관계를 고려하면 이른 시일내 통과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IMF 가입여부가 사실상 IMF 지분 1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미국 의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구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IMF에 가입할 당시, 북한처럼 제대로 된 통계를 내지 않았음에도 1년이 채 안 돼 승인된 전례가 있다. 문 대통령이 미 외교협회 초청강연에서 북한의 IMF 가입의사를 밝힌 배경도 이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다.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의 비핵화 의지다. 정부가 북한의 IMF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지원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비핵화 진전없이 이러한 요구를 들어줄리 만무하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국회의원도 10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IMF 가입 지원을 위한 테러지원국 해제, 국제기구 가입 승인 심사 단축 및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적 지원 등의 조치를 비핵화 협상의 촉매제로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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