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소녀들을 춤추게 하는 음악’을 만들겠다던 영국 5인조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알렉스 카프라노스<보컬>, 디노 바르도<기타>, 폴 톰슨<드럼>, 밥 하디<베이스>, 줄리안 코리<건반>). 개러지록 열풍이 불던 2000년 초반 데뷔한 밴드는 자신들이 처음에 설정한 포부만큼이나 ‘신나고, 즐거운’ 음악을 진화시켜 오고 있다.
70년대 풍의 디스코부터 80년대 뉴웨이브, 90년대 브릿팝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되, ‘댄스 록’ 이라는 기본 프레임은 유지된다.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캐치’한 음악이 저희의 장점이랍니다. 춤을 추고 싶게끔 만드는 업비트한 곡들이죠.”
23일 이 발랄하고 경쾌한 밴드의 사운드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건반 줄리안 코리를 이메일로 만나봤다. 2017년 뒤늦게 합류했지만 그는 합류 전부터 밴드의 음악에 꽂혀있던 열혈 마니아였고, 현재 댄서블한 음악 색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정규 5집 ‘어웨이즈 어센딩(Always Ascending)’에는 그의 비중이 많이 실렸다.
“이번 앨범은 굉장히 다채로운 앨범이라 생각해요. 강렬하고, 현대적이고,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있고, 댄서블하고, 정말 많은 요소들이 들어간 하나의 ‘콜렉션’ 같은 앨범이죠. 앨범 제목만 봐도 굉장히 긍정적인 느낌을 주죠? ‘The Academy Award’란 곡에선 우리의 진솔함이 잘 드러나고, ‘Huck and Jim’이란 곡에선 정치적 이슈를 다루기도 해요. 겉보기엔 또 하나의 댄서블한 팝 앨범이지만, 알면 알수록 많은 요소들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영국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데뷔 초기부터 밴드는 미술과 패션에도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의 영향을 음반 커버에 녹여내기도 하고, 다다이즘 영향을 받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 커버는 육안상으로 타이틀곡의 알파벳을 형광색으로 늘어뜨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느 EDM 스타들의 앨범재킷과 비교해 특이점을 찾을 수 없다고 묻자 '작업 과정을 알면 놀랄 걸'이라 듯 유쾌하게 응수한다.
“커버가 단순히 컴퓨터 작업으로 만든 네온 사인처럼 보이죠? 사실 근데 그 글자들 다 저희가 만들고 배치하고 직접 사진촬영까지 한 거에요. 여기에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효과를 넣었어요. (콜라주 아티스트) 알렉시스 매켄지라는 분과 함께 작업을 했어요.”
“근데 이 작업을 하면서 참 저희 음악이랑 굉장히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음악도 저 글자의 컴퓨터 작업처럼 일렉트로닉 사운드 효과로만 만든 음악 같지만 사실 직접 라이브로 연주하고 작업해 사운드를 잡거든요. 디지털 속에 피지컬, 아날로그가 있는 음악이고 이 커버가 프란츠 퍼디난드의 음악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규 5집 앨범 '어웨이즈 어센딩(Always Ascending)'. 사진/소니뮤직코리아
‘소녀들을 춤추게 하는 음악’을 꿈꾼다는 포부는 얼마나 이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 포부의 유쾌함 만큼이나 멤버들은 ‘춤’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을까. 밴드의 음악 스타일에 특별히 어울리는 춤이 있냐 묻자 “하하하”라며 ‘빵’하고 터진다.
“저희 공연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알렉스가 무대에서 춤을 많이 춰요. 그 친구의 춤이 저희 음악과 어울리는 춤이 아닐까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객분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추고 싶은 춤을 추는 게 최고죠. 가끔 관객분들이 추는 독창적인 춤을 저희가 배울 때도 있어요. 무대 위에서 공연하면서 관객들이 추는 춤을 볼 때 정말 너무나도 행복하답니다.”
곡을 쓸 때 혹은 무대 위에서 포기할 수 없는 밴드 만의 자세는 ‘오픈 마인드’. 그는 “작업을 할 때나 음악적으로 무언가를 할 때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려 한다. 그래야 다양한 장르의 악기 소리와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생각한다”며 “틀 안에서 생각하고 너무 한 가지만 고집하고 몰두하다 보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린 늘 콘셉트나 사운드에서 항상 변화를 받아들이려 한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밴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끊임없이 뿜어내는 이들이고 싶다. 동시에 솔직하고 호기심이 많은 밴드로 팬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
“저는 예술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은 호기심이라 생각해요. 제가 프란츠 퍼디난드를 팬으로서 지켜봤을 때도 그랬고 같은 멤버가 되고 나서도 우리 동료들을 보면 참 호기심이 많구나, 생각해요. 그래서 늘 새로운 사운드를 받아들이고 만들어 내려 하죠. 우릴 보면 ‘아! 그 호기심 많은 밴드!’ 하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오는 25일 오후 6시 서울 예스24라이브홀에서는 내한 공연을 갖는다. 지난 2006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3년 단독 내한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밴드에 처음 합류한 만큼 줄리안은 이번이 첫 내한이다. 잔뜩 설레는 듯한 감정이 글 끝에서 뚝뚝 묻어 나온다.
“해외 공연을 가기 전에는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하지만 사실 에너지가 부족해요. 공연을 하면서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기 때문에 쉬고 싶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 가서는 관광을 꼭 해보고 싶어요. 꼭 시간을 내서 도시 투어도 하고 관광지도 가보고 ‘한국적인 정서(Korean vibes)’를 많이 느껴보고 싶네요. 그리고 요즘 한국에선 어떤 음악이 인기 있는지도 알고 싶고. 한국 팬들이 알려주세요!”
이번 공연은 5집 발매 후 첫 내한 공연인 만큼 신곡들의 비중이 높을 전망이다. “그래도 오랜 만에 한국 팬들을 만나는 것이니 예전 대표곡들도 당연히 들려드릴 거에요. 당일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곡들을 추가할 수도 있으니 많은 에너지를 보여주세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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