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실제 생년월일이 아니라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된 생년월일을 정년기산일로 하는 내용의 인사규정·단체협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난 2013년 5월22일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2항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시행된 이후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이 되도록 정한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은 무효로 봐야 하고, 이때의 '정년'은 실제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시행되기 전에는 개별 사업장마다 정년 제도의 설정 여부나 기준 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은 후 취업규칙을 변경해서 당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정년 제도를 신설하거나 정년 연령을 단축하는 것도 가능했다"며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는 근로계약·단체협약·취업규칙을 통해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하거나 정년의 기산일을 실제 생년월일과 달리 정했더라도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일한 A회사 사업장에는 2016년 1월1일부터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적용된다. A회사의 신설 조항은 그 전인 2015년 9월8일 개정·시행됐으므로 2016년 1월1일 전까지는 A회사 사업장에 적용된다"며 "A회사는 정년 관련 조항을 신설하면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 규정 신설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해도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이 정한 절차적 유효요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의 신설 조항을 비롯한 회사 인사규정에 따라, 이씨는 입사 당시 작성된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된 생년월일을 기산일로 해 2015년 12월4일에 정년인 58세가 됐고, 이씨와 A회사의 근로관계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이 시행되기 전인 2015년 12월31일에 정년을 이유로 당연히 종료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은 A회사의 이씨에 대한 정년퇴직 인사발령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1986년 5월1일 A회사에 입사할 당시 이씨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된 이씨 생년월일은 1957년 12월14일이었으나 2015년 6월 이씨는 법원에 생년월일을 1958년 2월2일로 정정하는 등록부정정 결정을 받았다. A회사는 2015년 9월 인사규정을 개정하면서 '직원의 정년 기산은 입사 당시 작성된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된 출생연월일을 기준으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고, 당시 A회사의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은 뒤 2015년 12월31일 이씨에게 정년퇴직 인사발령을 내렸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2016년 1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의 정년퇴직 조치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회사 측이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 동의를 받았으므로 정년퇴직이 정당하다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했다. 이씨는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회사 규정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해 신설돼 무효라거나, 이씨와 회사 사이의 합의에 반해 부당하게 이씨의 신뢰 내지 기대이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회사가 인사 규정을 신설할 때 노동조합과 직원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해도 이는 이미 확정된 이씨 정년에 대한 기득권에 관련된 것이므로 이씨 동의 없이 이씨에게 소급적용할 수는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틀렸다고 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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