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국인 1회 프리미어리거로 유명한 박지성 선수는 현역 시절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두 개의 심장', '산소탱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실제로 운동선수들의 심장은 두 개까진 아니지만 일반인들에 비해 크다. 박지성 선수처럼 장기간 운동으로 단련된 심장을 가리키는, '스포츠 심장'이라는 의학적 용어도 존재한다.
스포츠 심장은 축구를 비롯해 마라톤, 수영 등 특히 지구력을 증가시키는 운동을 하루에 1시간 이상씩 정기적으로 시행한 운동선수들에게 보일 수 있는 심장이다. 일반인에 비해 좌심실의 용적이 크며 벽이 두꺼워져 있고 심장맥박이 느린 서맥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좌측심장(좌심실)이 우측심장(우심실)에 비해 크고 두껍다.
스포츠 심장을 가진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심장이 최적의 효율을 내도록 적응한 몸으로 이해하면 된다. 운동 중에는 신체의 모든 장기가 좀더 많은 혈액량이 필요로 하게 된다. 일반인들은 혈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심박출량을 증가시키게 되고, 심박동이 빨라지게 되면 호흡곤란이나 흉통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스포츠 심장을 가진 선수들은 좌심실의 근육이 두꺼워지고 용량이 커져있기 때문에 한 번의 심박동을 통해서도 많은 양의 심박 출량을 공급할 수 있다. 때문에 심박동이 느리고,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없이 지속적으로 운동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일반인이 1분에 70~80번 박동한다면 스포츠 심장은 40~50번 박동해도 충분하다. 마라톤 황영조 선수와 이봉주 선수는 분당 심장박동수가 38회로 절반 수준이며, 박지성 선수도 역시 40회로 알려졌다.
스포츠 심장은 심장박동수가 적은 까닭에 심장이 최대치에 이르렀다가 다시 정상으로 회복하는 시간도 빠르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심장박동수도 60회 정도에 이르며 정상 회복까지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평균 3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다.
또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도 잘 발달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힘차게 움직여 과격한 운동을 한 후에도 바로 심장 근육에 영양과 산소를 충분히 공급 받을 수 있어 과도한 운동도 견딜 수 있다.
간혹 운동량을 늘려 스포츠 심장을 갖추겠다고 마음먹는 일반인들도 있는데 이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인이 프로 운동선수들을 따라하려고 급작스럽게 무리한 운동을 시작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운동으로 2000kcal를 소모하면 사망률이 25~30% 감소하지만, 4000kcal이상 소모 시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철웅 고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일반인에게 심장이 커지는 심비대증이 나타나면 좋은 징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며 "일반인들이 심비대가 생기는 원인은 고혈압이 오래되었거나, 또는 유전적으로 비후성 심근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로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호흡곤란이나 흉통을 동반한 심근경색, 협심증 등으로 발현할 수 있고,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심장'은 축구를 비롯해 마라톤, 수영 등 특히 지구력을 증가시키는 운동을 하루에 1시간 이상씩 정기적으로 시행한 운동선수들에게 보일 수 있는 심장이다. 장기간 단련을 통해 일반인들보다 큰 용량을 지니게 된다. 사진/고대 구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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