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2~3시쯤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다. 업무시간 식곤증에 시달리다 보면 '밥을 너무 든든히 먹었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식곤증은 소화불량과 더욱 밀접하다.
식사 후에는 우리 몸의 이완과 편안함을 담당하는 자율신경의 하나인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소화력이 원활하지 않다면 위와 장으로 혈액이 몰리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과 산소가 부족해져 집중력이 떨어지고 졸음을 더욱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화불량은 매우 익숙한 질병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의 '2015년 기준 의약품 소비량 및 판매액 통계'에 따르면 전체 공급·사용된 의약품 중 소화기관 및 신진대사와 관련된 의약품이 약 23%를 차지해 가장 많이 찾는 의약품으로 나타났다.
고석재 강동경희대병원 교수는 "소화불량은 소화기 질환이지만 두통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지속되면 혈류량과 산소가 소화에 집중돼 뇌와 사지로 영양분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음식물을 먹은 뒤 식곤증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도가 지나쳐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라면 갑상선 질환, 빈혈, 간염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이나 기능성 소화불량, 자율신경 실조증 등은 특별한 질병이 없거나 검사 상 발견되지 않더라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소화에 문제가 없다면 음식물에 있는 아미노산 '트립토판'이 식곤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트립토판은 우리 몸에 필요한 20여종의 아미노산 중 하나다. 우유, 바나나, 완두콩, 견과류, 닭고기 등에 풍부하다. 트립토판이 '꿀잠 아미노산'이라 불리는 이유는 트립토판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뇌에 작용해 행복감을 느끼고 긴장을 이완시켜주며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고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불면과 우울을 치료하기 위해 트립토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식곤증을 이겨내기 위해선 아침밥을 챙겨 먹고 점심 과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공복에 비워진 위장에 갑작스럽게 많은 음식이 들어오면 소화기관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식후 가벼운 산책으로 충분한 산소와 햇볕을 몸에 공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인체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 세로토닌이 생성되기 때문에 충분한 햇볕은 식곤증을 줄이는 동시에 야간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 평소 식곤증에 도움이 되는 혈자리를 알아두고 틈틈이 지압하는 것도 졸음을 쫓아내는 방법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