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정부가 올해 공정경제의 초점을 '국민체감형 과제 발굴'에 맞추기로 했다. 그동안 공정경제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등의 차원에서 추진됐다면, 앞으로는 국민들이 일터와 실생활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겠단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축 가운데 지금까지 그래도 가장 평가가 좋았던 것이 저는 공정경제 분야라고 생각이 된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초기에 할 것은 하고 지금은 이제 좀 더 이상 진도가 안 나가는, 정체된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원인으로 "입법과제가 막혀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로서도 이제 입법과제 외에 정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다했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을 만나보면 여전히 체감하는 면에서는 변함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며 "그런 부분들 어떻게 부처 장관들이 공직사회를 잘 독려해 나갈 것인가 고민해 주시고, 국민께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보험약관과 택배 손해배상 확대 등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애로점을 우선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보험약관의 경우, 소비자들이 약관 사전사후 검증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들이 알기 쉽도록 용어를 변경키로 했다. 택배 표준약관에서는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운송물 분실 또는 연착시의 손해배상액 한도를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한다. 정수기 렌탈은 계약 종료시점이 도래하기 전 사업자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계약 종료에 관한 내용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공공분야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책으로는 주요 공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공공공사 입찰시 적정 자재단가 반영한 입찰상한가 설정 의무화, 자율준수 프로그램(CP) 확산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공정위-유관부처-공공기관' 및 '공정위-지자체-지방공기업' 간 3자 MOU 체결도 추진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공공기관 불공정 거래행위는 실제 현장에서 공공기관의 대표적 갑질로 인식되어 그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현재 민간기업은 많은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발적 노력을 하고 있음에 반해, 공공기관의 경우 담배인삼공사가 정관장 가맹점과 한 상생협약 1건 외에는 구체적 실천이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모범적 상생협약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여러 부처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대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공정경제'를 재차 강조한 것은 공정경제가 규제혁신과 상충하는 것이 아닌 서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상생경제는 대기업 자신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당부했다. 자칫 대기업으로 쏠릴 수 있는 혁신성장의 과일이 중소기업에도 충분히 배분돼야 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가 만든 상생의 기반 위에서 정당한 보상이 주어질 때 혁신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혁신성장의 열매가 공정하고 고르게 나누어질 때 포용국가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럴 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다"면서 "요즘 공정이 이 시대의 최고의 가치, 특히 젊은 세대들은 더더욱 그렇다. 공정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 정말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확실히 드러나게끔 그런 노력도 함께해 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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