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가 올해 소프트웨어(SW) 산업을 키우고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데 3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이끌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받는 가운데 SW로 눈을 돌려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0일 제7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표한 'ICT 산업 고도화 및 확산전략'은 중소·벤처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반도체에 편중된 ICT 산업 중 SW 분야를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과기정통부는 SW 관련 사업에 약 2조원의 예산과 최대 1조2000억원의 펀드 등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먼저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거쳐 오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7000억원 규모의 'ICT R&D 바우처 사업'을 진행한다. 1조2000억원 규모의 'KP Inno 펀드(우정사업본부)'를 조성해 ICT 고성장 유망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한다. 또 개별사업의 통합과 연계 강화를 위해 ICT 창업·벤처사업(지난해 기준 15개)도 개편한다.
산업별 기업지원시설을 집적한 거점인 'ICT 혁신성장 트라이앵글(가칭)'도 구축한다. 서울 마포구에 SW와 신산업, 송파구에 전파기반산업,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지능화 기술·글로벌 진출 관련 거점이 각각 마련된다. 정부는 ICT 혁신성장 트라이앵글을 통해 기업지원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ICT 대기업과의 공동설명회·협업프로그램 등 연계 지원정책도 수립해 민관협력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이 SK텔레콤의 5G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기정통부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 SW 중심의 인력양성사업 예산은 올해 2357억원으로 지난해(1680억원) 대비 40% 늘렸다. 또 주요 서비스 시장의 활력제고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술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망중립성 원칙을 검토한다. 망중립성 원칙은 망을 통해 전송되는 모든 트래픽을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부는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7년 12월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정부는 5세대(5G) 통신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나오면 요청에 따라 망중립성 원칙의 예외 적용을 받는 관리형서비스 지정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관리형서비스는 인터넷(IP)TV와 인터넷전화(VoIP) 등 두 가지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5G가 상용화되면 관리형서비스 후보와 제로레이팅(특정 콘텐츠 이용시 소비되는 데이터 비용을 콘텐츠 제작사가 부담) 적용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라며 "보다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 제작지원 다양화, 국내·외 사업자간 공정경쟁 환경조성도 지속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능형 반도체(1조5000억원)와 6G(9000억원)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대규모 예타를 추진한다. 양자통신 분야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양자정보통신진흥 종합계획'도 올해 내 수립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2022년까지 ICT 분야 일자리 10%(2017년 102만명→112만명), 수출 20%(2018년 2203억달러→2643달러), 고성장기업수 30%(2016년 380개→500개) 성장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ICT가 전 산업에 적용·확산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 적용 대상 과제를 적극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으려고 할 때 관련 법령이 모호하거나 없는 경우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통해 일정기간 규제를 면제해 빠르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달 17일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ICT 수출은 2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11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12월에는 감소폭이 전년 동월 대비 10%로 늘었다. ICT 수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반도체 실적이 부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년 대비 지난해 ICT 수출 증가율은 반도체를 포함하면 11.5% 늘었지만 제외할 경우 5.8% 줄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금은 우리 ICT 산업의 위기극복과 미래대비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래에도 ICT가 한국의 혁신성장과 포용적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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