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조사 미비·예산 반토막"…'서울시 여행바우처' 용두사미 되나
대상자 5천에서 2천명으로 줄어…인건비·운영비도 3분의 1로
2019-02-11 06:00:00 2019-02-11 11:27:23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휴가 보내주는 '서울시 여행 바우처' 정책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제대로 된 사전 수요 조사가 없었고,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 인건비·운영비도 당초 계획의 3분의1로 줄어 용두사미식이라는 비판에 더해 정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여행 바우처는 올해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된다. 월 보수 200만원 미만이 우선 자격이 있으며, 오는 4~6월 신청 모집과 선정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선정된 노동자가 15만원을 전용 가상계좌에 입금하면 서울시가 25만원을 지급해 모두 40만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조성한다. 포인트는 국내 숙박·교통, 관광지 입장권에 사용할 수 있으며, 미사용분 중 노동자가 입금한 적립금은 환급하고 나머지는 서울시가 돌려받는다는 개념이다. 
 
지난해 9월20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서울 관광 중기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박원순 시장 2018년 공약
 
여행 바우처 정책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공약이었다.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휴가 지원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비정규직이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문제는 수요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관광 중기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우처 대상자를 2019년 5000명, 2023년까지 총 6만5000명으로 잡았지만 수치를 추산한 근거가 마땅히 없었다. 그나마 예산 부서가 올해 바우처 예산 13억원을 6억원으로 감액하면서 대상자는 올해 2000명, 2023년까지 총 2만2000명으로 감소됐다. 
 
지원금 범위도 '오락가락'
 
노동자에게 주는 지원금의 범위도 오락가락했다. 지난달 중순쯤만 해도 '1:1 매칭' 원칙이었으나 같은 달 말에는 노동자 15만원, 서울시 25만원으로 결론을 내렸다. 비정규직에다가 월 200만원 이하인 사람에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매칭 범위를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인건비·운영비는 대폭 줄었다. 전체 예산 13억원이었던 당시에 3억이었던 인건비·운영비는 예산 수립 과정에서 2억원으로 줄었고, 갑작스러운 매칭 비율 변화로 다시 1억원으로 줄었다. 
 
"관리 공무원 인건비도 빠듯"
 
사업을 대행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재단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적어 '냉가슴'을 앓고 있다. 4월부터 12월까지 법정노동시간으로 계약직을 고용하고 생활임금을 지급할 경우, 4명 정도밖에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더 운영 방법을 정해야겠지만, 인건비 주기도 빠듯할 것으로 본다"며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공기업 직원들은 지난해 서류 분류 작업에 1주일 동안 밤을 샜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는 5~6명 정도가 지난해 서류 3만~4만개를 들여다봤다. 그나마 기업별로 서류를 받아서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예를 들어 재직증명서를 기업이 제출하면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들어있는 서류 1개만 확인하면 되지만, 개인이 제출하면 개개인별로 다 봐야 한다"며 "개인별로 접수했다면 외주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 검증 미비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처음 시작한만큼, 검증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책이 갑작스럽게 수립되는 바람에 사전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사후 검증에 예산이 별로 편성되지 않은 점이 우려스럽다"며 "지금이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사후 검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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