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소속 7대 종단 대표들과 만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등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교계는 "남북 모두 평화에 대한 열망이 똑같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대 종단 지도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했다. KCRP 대표회장인 김희중 대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를 비롯해 원행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 오도철 교정원장(원불교), 이정희 교령(천도교), 박우균 회장(민족종교협의회), 김영근 성균관장(유교)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7대 종단 지도자 오찬은 지난 2017년 12월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종교계가) 함께 염려하고 힘을 모아 준 덕분에 한반도 평화에 큰 발전이 있었다"면서 "다음 주에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또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이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7대 종단 대표들이 지난 12~13일 북한 금강산 신계사에서 열린 '2019년 남북새해맞이모임'에 참석한 것을 언급하고 "새해 첫 남북 간 민간 교류 행사에 다녀오셨다고 들었다"며 "남과 북의 국민들이 함께 해금강 일출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기대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가 함께 잘사는 번영으로 이어지도록 계속해서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주 금강산에서 만났던 북측 인사들과의 기회를 통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또 다른 행보가 아니었는가 생각했다"면서 "평화에 대한 열망이 똑같고, 또 우리는 하나라는 그런 의식 속에서 국제사회의 어떤 연대보다도 혈맹으로 이루어진 민족의 공동체성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대주교는 '남북 협력사업 진행'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북 서로 간의 신뢰 관계만은 서로 의심하지 말고 유지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우리 남북 종교인들이 자주 만나야 서로 의사소통이 왜곡되지 않고 잘되지 않겠는가' 주문했고, 그쪽에서도 그렇게 화답을 했다"고 설명했다.
원행스님은 "해금강에서 7대 종단 수장들이 국가와 민족, 평화로운 남북통일, 문 대통령 내외분의 건강과 안녕을 해맞이를 통해 모두 기도를 함께했다"면서 "신계사에서 템플스테이와 사찰림 조성에 대해서도 문건을 서로 주고받았다"고 소개했다.
금강산 4대 사찰로 불리는 신계사는 한국전쟁으로 전소한 도량을 2004년 11월 남북이 함께 복원한 화합의 상징이다. 남쪽의 기술과 목조 자재, 북쪽의 인력과 석조 자재가 조화를 이뤘다. 불교계에서는 신계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남북교류 활성화는 물론 한민족 동질감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기미독립선언서가 인쇄된 벽면이 설치됐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주간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했다. 종교계도 이번 주에 '3·1운동 100주년 세계종교인평화기도회'를 시작한다.
문 대통령은 "3·1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종교의 역할과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와 닿는다"면서 "100년 전 3·1 독립운동에 앞장선 민족대표 33인은 모두 종교인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세계종교인평화기도회 개최 △3·1절 정오를 기해 전국 동시 3분간 기념타종 등을 언급하고 "3·1 독립선언에 대한 큰 기념이 될 것 같다"면서 "종교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국민 모두 100주년을 더욱 뜻 깊게 기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선조들이 꿈꾸었던 나라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다. 국민 모두 골고루 잘살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나라"라면서 "국민과 함께 이 꿈을 꼭 이루고 싶다. 종교지도자들께서 지혜를 나눠주고, 국민 통합의 길을 열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종교계의 남북공동사업인 '평양 장충성당 복원'과 '신계사 템플스테이' 등의 적극 지원을 지시했다. 종교계에는 '국민통합'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아직 1년도 안 지났지만 그 사이에 엄청난 진도를 이루고 있고 앞으로 그 진도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거기에 제일 필요한 것이 국민통합"이라며 "우리 내부가 그에 대해 한마음이 된다면 좀 어려움이 있더라도 돌파해 나가면서 같이 감당하면 되는 건데 남쪽 내부에 남남갈등이 있으니까 쉽지 않은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은 정치가 해야 될 가장 기본적인 책무 같은 것인데 현실적으로 지금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통합에서도 종교계가 조금 더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독립선언서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박우균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문 대통령,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영근 유교 성균관장.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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