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블록체인의 쓰임새는 다양합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는 물론, 전자상거래와 물류·유통, 크라우드 펀딩,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단지 디지털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초기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분야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투표 시스템이었습니다.
기존의 온라인 투표는 간편하고 비용 부담이 적지만, 해킹이나 조작 우려가 있는 등 신뢰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투표나 개표 과정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결과 또한 직접 검증할 수 있어 신뢰성과 활용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지난 2014년에 창당한 스페인의 개혁정당 포데모스는 일찍이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포데모스 집행부 26명도 모두 '아고라 보팅'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통해 선출됩니다. 또 2016년 미국 텍사스주와 유타주에서는 자유당과 공화당 대선후보를 블록체인 전자투표로 뽑았습니다. 선교사나 군인 등 기존에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받아야 했던 해외 거주 시민들은 보다 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고, 투표권 행사를 위해 온라인 등록을 한 유권자 수는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 중인 온라인 투표 시스템 ‘K-보팅’. 사진/중앙선관위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전자투표는 비교적 일찍 도입됐습니다. 2017년 2월 경기도 따복 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 심사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온라인 투표가 처음 실시됐습니다. 심사 투표에 703개 공동체, 1만2000명의 주민이 모두 참여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경기도는 공동체별로 주민대표 1명이 직접 참여하는 대신, 심사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고 다른 구성원들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때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2013년부터 온라인 투표 시스템인 'K-보팅'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투표시스템' 시범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의 핵심 추진과제로 꼽은 '6대 공공 시범사업' 중 하나입니다. 유권자 인증부터 투표결과 저장·검증까지 전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기존 온라인 투표보다 투명성과 보안성을 강화했다는 설명입니다. 중앙선관위는 향후 민간분야 투표와 설명조사 등에 시범적으로 블록체인 투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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