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피하려 소정근로기간 바꾼 회사…대법 "탈법행위"
"효력 인정하면, 회피행위 계속 조장 우려"
2019-04-18 17:30:49 2019-04-18 18:02:46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고정급은 그대로 두고 소정근로기간만 형식적으로 단축하는 취업규칙을 적용한 것은 탈법행위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8일 이모씨 등 A택시회사 소속기사 5명이 회사 등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9대4의 의견으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9명의 대법관은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번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의 효력을 유효하다고 해석하게 되면, 이 특례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계속 조장할 우려가 있고, 택시운전근로자들로서는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에서 큰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처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4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이동원 대법관은 "회사에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일부 있었다고 해도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라며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이 최저임금법상 임금액에 미달하게 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회사 손을 들어줬다. 
 
이씨 등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만 사납금으로 회사에 납부한 뒤 나머지 운송수입금은 자신이 가지고, 회사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고정급이 크지 않아 운송수입금이 없으면 제대로 된 생계가 보장되지 않았다. 이에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운송수입금에 따른 임금'을 제외했고 회사는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의 급여를 택시기사들에게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A택시회사는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고정급을 증액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높이는 방식으로 고시된 시간급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목적이었다.
 
이에 이씨 등은 변경된 취업규칙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액에 미달한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변경된 취업규칙이 무효라는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항소심은 "근로자 동의가 있었으나 최저임금법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에 해당되므로 무효"라며 회사가 이씨 등에게 각각 171만~236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판결문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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