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범죄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판결되기 전, 같은 혐의로 또다시 기소됐을 경우의 형량을 2분의 1 범위 내에서만 감경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의 상고심에서 "형법 55조 1항에 따라 후단 경합범에 대해 형을 감경할 때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 감경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8일 밝혔다.
전합은 "처단형은 선고형의 최종적인 기준이 되므로 그 범위는 법률에 따라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며 "별도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형법 56조에서 열거하는 가중,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감경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률 개정과정에서 후단 경합범에 대해 '형법 55조 1항 감경 한도 이하로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하한 감경을 가능하게 하려던 제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며 "처단형의 하한을 벗어난 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볼 필요가 크지 않다"고도 설명했다.
또 "후단 경합범에 대한 형의 감경에 있어 형기에 하한을 두는 것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할 수도 있다"며 "형기에 하한을 두지 않는 경우에는 감경된 형을 선고해야 하지만 형기에 하한이 있다면 형의 면제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판결이 확정된 죄에 관한 처단형 하한과 후단 경합범에 따른 처단형 하한의 합계가 새로운 하한으로 돼 피고인에게 뜻하지 않은 불이익이 나타나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소수 반대의견도 있었다.
조씨는 2015년 향정신성 의약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같은해 10월 향정신성 의약품 판매 등 혐의로 또 기소됐다.
1심은 "해당 범죄가 전과 범죄와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인정한다"며 "형법 39조 1항에 따라 형법 55조 1항 3호를 적용해 법률상 감경을 한 다음 경합법 가중과 작량감경 등을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후단 경함범에 관한 형을 감경함에 있어 감경 한도에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며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55조 1항이 적용되지 않아 징역 6개월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