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에 있던 광주 시민들이 전두환씨 형사재판에 나와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헬기 사격 피해자인 이광영씨 등 5명은 13일 장동혁 광주지법 형사8단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씨의 형사재판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씨 측이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시종일관 주장하는 것에 대해 "역사와 국민을 무시하는 엄청난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헬기 사격은) 진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1980년 5월21일 오후 2시쯤 걸어가다가 헬기 사격으로 허리 등에 총상을 입었고 대수술을 여러 번 받았다"며 "지금도 진통제가 없으면 잠을 못 잘 만큼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3월11일 첫 공판에 출석했던 전씨는 건강 등을 사유로 법원에 불출석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8일 받아들여지면서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첫 공판 출석 직전 전씨는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고 말했었다.
전씨는 2017년 4월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었던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서술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하지만 전씨는 "서울에서 재판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이송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두 차례 더 재판기일이 연기된 끝에 지난해 8월27일 첫 공판이 열렸다. 전씨는 하루 전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불출석했다.
이후 전씨는 지난해 9월21일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담당 이전 신청을 냈으나 광주고법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1월7일 재개된 재판에서는 독감·고열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에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고 마지못해 전씨가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10개월 가까운 공전 사태를 끝냈다. 이후 검찰은 헬기 사격 목격자 21명(생존자 17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전씨는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1997년 4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형이 확정됐다가 그해 12월 특별사면됐다.
한편, 주한미군 정보요원 출신 김용장씨은 이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씨가 1980년 5월20일 K57(제1전투비행단) 비행장에 와서 정호용 특전사령관 등 74명과 회의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전씨의 방문 목적은 사살 명령이었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3월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전두환씨가 서울 자택으로 돌아오는 중 들른 연세 세브란스 병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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